|
"치가 떠릴 정도로 생각하기 싫지만, 아직도 그 날이 생각이 납니다. 정확하게는 그 날을 일부러 떠올립니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흔들리던 조 감독이 다시 중심을 잡았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가 택한 것은 '믿음'이었다. 구단 직원들을 믿었다. 코칭스태프를 믿었다.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더 굳건히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꾹 참았다. 이 전에 해준 얘기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먼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조 감독의 믿음은 주변을 깨웠다. 프런트는 다시 한번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정성이 통했는지 조용형과 백동규의 징계가 감경됐다. 마르셀로와 황일수가 빠졌지만, 윤빛가람과 류승우가 가세하며 전력 공백도 최소화했다. 코칭스태프는 조 감독이 P급 라이센스 교육으로 자리를 비운 공백을 훌륭히 메꿨다. 선수들은 스스로 소통에 나섰다. 조용형 같은 고참들은 물론 진성욱 같은 신참들까지 후배들에게 밥을 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이 선수단 사이에 퍼졌다. 선수들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조 감독은 아직 웃지 않았다. 시즌이 끝날때까지는 아직도 많은 경기가 남았기 때문이다. 상승세는 상승세일 뿐이다. 여전히 제주는 목표에 도달한 적이 없다. 조 감독은 겸손하고, 냉정하고, 간절할때 비로소 승리가 찾아온다는 것을 그날만큼 여실히 배운적이 없다. 그래서 조 감독은 지금도 그날의 아픔을 계속해서 되뇌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