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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이란 이렇게 잡아야 한다, 3가지 비책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8-30 16:21 | 최종수정 2017-08-30 22:17



무득점 4연패.

'세계 최강' 브라질을, 독일을 상대로 한 결과도 아니다. 이란을 상대로 얻은 굴욕적인 성적표다. 지나친 텃세 때문이든, 지독한 불운 때문이든, 혹은 상대의 도발 때문이든 중요한 사실은 2011년 1월 아시안컵 승리 이후 6년간 이란을 상대로 단 한골도, 단 승점 1점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지긋지긋한 연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에 갈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이란이 본선행을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승점 13)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점 앞선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최종예선은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물론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9월5일)이 남아있지만, 이란에 또 다시 패할 경우 심리적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는 이번 최종예선 원정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란전 승리가 중요하다. 답은 필승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분석하면 할 수록 더 어려운 상대지만 답은 있다. 이란을 꼭 잡을 수 있는 비책, 3가지를 공개한다.


1. 유럽파를 배제하라

이번 경기의 키워드는 수비다. 이란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단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기량과 조직력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한국 역시 이란에 대응할 전략을 '수비'로 정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압박 위치와 수비 간격, 올라설때와 내려설때,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지도하고 나섰다.

수비적인 축구가 충돌할 경우,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 '집중력'과 상대의 실수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유럽파는 이 두 핵심 요소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유럽파다.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의 무대'인 유럽을 누비고 있는 유럽파는 개인 기술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신태용 감독 역시 유럽파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럽파는 정상이 아니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부상 여파로 아직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고, 골폭풍을 이어가고 있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은 무릎이 안좋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역시 팔부상으로 프리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여파가 남아있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포지션을 바꾸는 중이다. 권창훈(디종)만이 정상 컨디션이다.

그 어느때보다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경기, 그렇다면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맞다. 이름값은 중요하지 않다. 전술적으로 중요한 경기인만큼 신 감독이 준비한 플랜을 가장 완벽하게 이행할 수 있는 선수를 내보내야 한다.

답은 K리거다. 일찌감치 소집된 K리거는 몸상태는 물론 동기부여까지 어느 때보다 준비가 잘 돼 있다. 특히 베테랑들의 정신무장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중국화' 논란을 딛고 재신임을 받은 중국파 수비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수비의 중심은 K리거와 슈퍼리거가 될 수 밖에 없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유럽파를 무리하게 출전시키느니 우즈벡전을 위해 아끼는 편이 더 낫다.


2. 전북라인을 활용하라

그런 의미에서 전북 선수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무려 6명의 전북선수들을 발탁했다. 과거 전북에서 뛰었던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권경원(톈진 취안첸) 이근호(강원) 등까지 합치면 10명 가까이 된다.

한 팀의 선수들을 여러명 뽑은 이유는 자명하다. 이미 잘 맞춰져 있는 선수들 간 호흡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스페인 대표팀의 경우 과거에는 바르셀로나,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팀의 주축으로 삼는다. 이들의 부분 전술을 축으로 팀을 운용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란의 수비조직력은 최고 수준이다. 조직적으로도 탄탄한데, 숫자까지 많다. 수세시에는 한두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밑으로 내려선다. 모험적인 수비 보다는 진을 치는 안정된 수비를 펼친다. 단순한 개인 돌파로는 뚫을 수가 없다.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조차 고전했던 수비망이다.

결국 약속된 부분 전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단 몇일 간의 훈련만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팀' 전북이 답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재성(전북)-김보경 조합이 추천할만 하다. 이들은 지난 해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이재성-김보경 듀오는 극단적으로 내려서는 상대를 파괴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로 유력한 이동국과 측면 수비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의 움직임도 이용할 수 있다. 의식하지 않아도 나올 수 있는 전북 선수들의 순간적인 호흡은 이란의 밀집 수비를 깨뜨릴 수 있는 틈새를 만들 수 있다.


3. 포백 대신 스리백을 써라

포백이냐, 스리백이냐. 이번 대표팀을 둘러싼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다. 신 감독은 '전술의 귀재'다. 리우올림픽때도, U-20 월드컵때도 매 경기 다양한 전술을 선보였다. 포백은 물론 스리백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신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 26명 중 무려 6명의 센터백을 뽑았다. 원래 센터백으로 뛰지만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분류한 권경원과 장현수(FC도쿄)까지 포함하면 8명에 달한다. 다양한 옵션을 손에 쥐고, 수비 구성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표팀의 훈련 내용을 보면 포백이 유력해 보인다. 신 감독은 포백을 기반으로 한 전술을 즐겨쓴다. 실제 이번 소집에서도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앞에 두고, 수비는 4명이 일자로 선 대형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전 만큼은 스리백을 쓰는 것을 추천해본다.

이란은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사용한다. '이란의 메시' 사르다르 아즈문(루빈카잔)이 나오지 못하지만 레자 구차네자드(SC헤렌벤), 아쉬칸 데자가(무적), 알리레자 자한바크시(AZ알크마르) 등이 중심이 된 역습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한국이 가장 싫어하는 공격유형이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내내 상대의 역습에 고전했다. 중앙에서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며 상대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새로운 주장이 된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복귀, '신예' 권경원 김민재(전북)의 가세라는 변화가 있지만, 지금 대표팀의 수비 자원은 적어도 슈틸리케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전술로 변화를 주는 수 밖에 없다. 이전까지 상대한 팀들에 비해 한차원 빠르고, 정확한 이란의 역습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수비 숫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박스안쪽을 사수할 필요가 있다. 상대 공격수가 스피드와 개인기를 두루 갖춘만큼 수비숫자를 늘려 이중, 삼중의 벽을 쳐야 한다. 여기에 선발한 측면 수비수들이 포백의 풀백 보다는 스리백의 윙백에 익숙하다.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김민우(수원)는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 카드다. 스리백을 추천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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