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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가 막판 K리그를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 모양이다. 허허. 선수가 성장하려면 다 겪어야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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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담대하다.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들여다볼 줄 안다. 올시즌 두차례(인천전, 강원전) 페널티킥을 내준 장면도 수십 번 돌려봤다. "PK를 내준 이후 박스 근처에서는 발도 안 내미는 편이다. 서 있을 때 몰아내려고 한다.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훈련했다." 상주전 퇴장 상황도 다시 봤다. "상주전 두번째 파울 상황에서는 위험지역도 아니었고 파울을 하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약간 '업' 돼 있었다. 많이 아쉽지만, 경고를 받을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날 퇴장은 그래도 너무 아쉽다. 팀 분위기가 좋았는데,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러나 형들이 다음 경기 준비 잘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며 고개 숙였다.
"계속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K리그 클래식의 모든 팀들은 비슷하다.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경기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대학교 때는 차이가 많은 팀과 할 때는 긴장이 풀릴 때도 있었던 것같다. 프로는 다 좋은 선수이고, 하위권 팀에도 좋은 공격수가 있기 때문에 매순간 집중하고 매순간 긴장한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수원전, 김민재는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뛰었다. 올시즌 7번째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대표팀에 다녀온 후 축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계속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잘해야 한다. 대표팀 갔다오고 주목도 받다보니 건방져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런 겨를도 없다. 매번 경기가 이어지고 잘할 시간도 부족하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건방져질 겨를도 없다."
8일 오후 3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제주 원정은 이겨야 사는 경기다. 1-2위간 진검승부일 뿐 아니라 1강 전북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전북은 올 시즌 제주에 2연패했다. 유일하게 승점을 따오지 못한 팀이다. 김민재는 "당연히 제주 경기를 봤고, 형들과 함께 준비를 잘하고 있다. 제주전은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제주도 준비를 잘할 것이다. 우리는 더욱 준비를 잘해야할 것같다"며 필승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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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전북, 우승할까'라는 질문이 떨어지기기 무섭게 김민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할 수 있다. 충분히"라고 즉답했다. "할 수 있다. 하고 싶다"고 했다. "올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많이 이뤘다. 솔직히 생각한 것보다도 더 많이 이뤘다. 그러나 팀적으로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FA컵에서 떨어졌다. 리그 우승은 무조건 해야 한다. 우리 팀 선수들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감독님께 보답해야 한다. 전북은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다. 우리 팀, 감독님,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한다. 올시즌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그것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리그 통산 200승을 1경기 남기고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한 최강희 감독을 향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감독님은 내가 페널티킥을 내줬을 때도 '실수해도 괜찮다. 자신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신 분이다. 자신감이 뚝 떨어질 수도 있었는데 정말 감사한 말이었다. 대표팀에 갈 때는 '충분히 경쟁력 있다. 선발로 뛸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자신감을 주셨다. '실력으로 보여줘라' 하셨다"며 고마운 기억들을 떠올렸다. "전북이 아니었다면 1년차에 이렇게 경기를 많이 뛸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전북이라는 팀이 아니었다면? 제게는 생각도 하기 싫은 상상"이라며 전북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최 감독님께 우승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1년이 채 안됐지만 감독님을 향한 애정이 크다. 제가 실수할 때도 기회를 주셨고 부족한데도 잘한다고 용기를 주셨다. 감독님 덕분에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상주전 퇴장과 3경기 무승이 더 죄송스럽다. 더 좋은 경기력, 무실점 경기로 감독님과 팬들께 우승을 꼭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