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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금메달 큰소리 친 '학범슨'의 구체적 고민 세가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3-06 09:23


23세 이하(U-23) 남자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에 임했다. 김학범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대표팀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3.05

최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8월 18일~9월 2일)에 나설 한국 축구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58)은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는 "운동에서 2등은 큰 의미가 없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쉽지 않지만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 약속드린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김학범 감독이지만 내심 고민이 많다. 크게 봐선 선수 차출해서 제대로 발을 맞춰볼 물리적 시간이 별로 없다. 또 23세 이하 대표 선수 후보들 중 현재 K리그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고 있는 선수들도 많지 않다. 따라서 경기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의 좀더 구체적인 고민거리도 여럿 있다. 첫번째는 가장 중요한 와일드카드 중 하나인 토트넘 손흥민(26) 발탁 건이다. 손흥민은 현재 한국 축구 선수 중 최고의 골잡이라고 평가받는다. A대표팀 주축이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A매치가 아니라 의무 차출이 안 됨) 차출을 위해선 소속팀 토트넘과 손흥민의 의지가 필요하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필요하고, 군복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우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재계약 이슈가 걸려 있다. 김 감독은 "조만간 현지로 가서 손흥민과 토트넘 구단을 만날 것이다. 잘 설득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원만한 차출을 위해 토트넘 구단을 움직일 묘안을 생각하고 있다.

김 감독은 나이가 좀 어린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와 백승호(21·펠라라다) 발탁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여러 채널을 통해 이승우와 백승호의 현재 몸상태와 경기력, 대표팀의 전력 가감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있다. 둘은 23세 선수들 보다 2~3세 어리다. 체력에서 문제도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보여준 것 처럼 골문 앞에서 한방을 때려줄 수 있는 능력들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둘에 대한 차출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둘다 현재 소속팀 상황이 아주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승우는 팀은 이탈리아 1부지만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백승호는 출전 시간은 많지만 소속팀의 리그 수준이 낮다. 김 감독은 둘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어한다.

또 하나는 좌우 풀백으로 쓸 측면 자원이 제대로 없다는 점이다. 이 고민거리는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점과 궤를 같이 한다. 김 감독은 "요즘 프로팀, 대학팀을 쭉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풀백 선수가 없다. 좀 잘 하는 선수들은 전부 포지션이 겹친다. 찾다가 없으면 포지션 이동이라도 시켜서 만들어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 축구에선 풀백은 전술적으로 중요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상대의 촘촘한 압박과 밀집 수비를 깨트리기 위해선 결국 풀백들이 측면에서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트려야 가운데서 허점이 생길 때가 많다. 그런 만큼 풀백은 많은 활동량은 물론이고 좁은 공간에서 개인기와 돌파력, 그리고 정확한 크로스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득점과 거리가 멀어 주목을 받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이러다보니 선수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좌우 풀백을 봤던 이영표 송중국도 긴 시간을 갖고 만들어진 선수들이었다. 우리도 정말 없을 경우 포지션 이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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