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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는데 욕 안먹고 박수를 다 받아보네요."
이 분위기를 바꾼 것이 유상철 감독이었다. 올 겨울 노상래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전남 구단 최초로 피지컬 코치를 영입해 체력을 강하게 키웠다. 훈련도 패스 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침체돼 있는 분위기에서 무리하게 색깔을 넣는 것보다 원점에서 출발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스타가 없는 전남이 팀으로 힘을 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였다. 체력훈련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남 선수들은 "프로 데뷔 후 이 정도로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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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유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10경기만의 수원전 승리로 이어졌다. 비록 포항전에서 연승에 실패했지만 유상철의 축구가, 전남의 축구가 어떤 축구인지 명확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페널티킥 실축 후 곧바로 실점하고,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쐐기골까지 내주며 1-3으로 끌려가고 있던 상황. 전남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골을 위해 맹렬히 뛰었다. 결국 한골을 만회했고, 종료 직전까지 포항을 괴롭혔다.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부분이었다.
물론 이제 두 경기 치렀을 뿐이다. 아직 시즌은 길다. 하지만 이 두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유 감독이 만든 전남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