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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FC서울의 선택은 최용수였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서울은 11일 현재 K리그 32경기에서 8승11무13패(승점 35)를 기록, 9위(12팀 중)에 머물러 있다. 최근 9경기(3무6패) 연속 무승의 깊은 부진에 빠졌다. 지난 주말 전남 원정에서 지면서 사상 첫 '하위 스플릿'이 결정됐다. 최하위 인천(승점 30)과 승점 5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제는 K리그2(2부)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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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최 감독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였다. 동시에 최고의 선택이기도 했다. 최 감독과 서울의 케미스트리는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레전드다. 1994년 서울(전 LG치타스)에서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00년 팀이 우승할 당시에는 MVP에 오르기도 했다.
지도자로서도 꽃길을 걸었다. 2011년 감독대행으로 서울 지휘봉을 처음 잡은 뒤 2016년 리그 중반까지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2년 감독 부임 첫 해 K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K리그 단일 정규리그 최다 승점(96점) 및 최다 승(29승) 기록을 썼다.
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거머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FA컵 준우승 및 ACL 2년 연속 4강 진출을 이뤄냈다. 2015년에는 서울을 FA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2016년 5월 14일 성남전 승리로 K리그 최연소, 최단기간, 최고승률 1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 감독의 지휘 아래 서울도 훨훨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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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다. 과거의 영광을 돌아볼 시간은 없다. 당장 어수선한 팀 분위기부터 다잡아야 한다.
서울은 리그 9경기에서 3무6패를 기록하며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의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강등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스플릿 라운드를 포함해 아직 6경기가 남아있다. K리그1 잔류 및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둘 필요가 있다.
올 시즌 내내 서울을 괴롭힌 잡음도 걷어내야 한다. 7월에는 경기 중 고요한과 안델손이 날선 언쟁을 펼친 바 있다. '내부분열'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따라붙었다. 최근에는 박주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 논란이 됐다. 박주영은 지난달 '올 시즌 단 하루도 부상이나 컨디션 문제로 훈련을 쉰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7월 22일 이후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부상 여파라는 보도에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시각에 따라 자칫 1군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벤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될 수 있다.
최 감독은 서울 재임 기간 중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표류 중인 현 상황에서는 최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안팎의 진단이다.
2년 4개월 만에 상암벌로 돌아온 독수리. 과연 그가 땅에 떨어진 명가의 자존심을 다시 끌어올리며 '서울의 봄'을 재현할 수 있을까. 독수리의 힘찬 날갯짓에 축구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