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이 된 최순호 포항 감독의 미소였다. 26일 열린 K리그 미디어데이, 12개 팀 감독들에게 '경계대상 1호'를 물었다. '절대 1강' 전북도, '폭풍영입' 울산도 아니었다. 무려 4팀이 포항을 꼽았다. 27일 포항에서 만난 최 감독은 "2~3팀이 우리를 부를때만 하더라도 웃었다. 4번째 팀이 우리를 부르니까 당황스럽더라. 물을 마셨다. 많은 팀들의 타깃이 된만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포항은 순위싸움의 다크호스다. 포항은 최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도 상위권과 중위권의 경계에 있다는 평가다. 포항이 어느 위치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순위경쟁이 요동칠 수 있다. 많은 팀들이 포항을 경계대상으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 감독은 "작년 1, 2, 3위(전북, 경남, 울산)가 외형적으로 좋아졌다.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다. 제주와 서울도 지난 시즌보다는 올라갔다. 지난 시즌보다는 더 힘든 시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2016년 9월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당시 팀 완성을 위한 3단계 계획을 세웠다. 1단계는 밸런스, 2단계는 세밀함, 3단계는 속도였다. 강등권이던 첫 해는 팀을 살리는데 주력해야 했다. 2017, 2018시즌,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1, 2단계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 시즌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최 감독의 계획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차근차근 계획대로 진행이 됐다. 2년 동안 잘 준비하면서, 첫 해보다는 두번째 해가 더 나아졌다. 조직적으로 몸에 베인게 느껴진다. 우리 스쿼드가 하이클래스는 아니지만 스타일이 맞는 선수들이 모이면서 이제 팀으로 완성도를 갖춰가고 있다"고 했다.
2019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가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K리그 1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포항 최순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리그 1 미디어데이에는 전북 조세 모라이스 감독과 문선민 송범근, 경남 김종부 감독과 조던머치 이승엽, 울산 김도훈 감독과 김보경 박정인, 포항 최순호 감독과 이진현 하승운, 제주 조성환 감독과 박진포 이규혁, 수원 이임생 감독과 염기훈 전세진, 대구 안드레 감독과 한희훈 정승원, 강원 김병수 감독과 오범석 이재익, 인천 욘 안데르센 감독과 남준재 콩푸엉, 상주 김태완 감독과 김민우 박용지, 서울 최용수 감독과 고요한 조영욱, 성남 남기일 감독과 서보민 김동현이 참석했다. 홍은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2.26/
이제 3단계다. 최 감독은 "이전보다 더 빠른 축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과거 측면에서 풀어가는 과정에서 좀 더딘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더 직접적으로 할 수 있다. 빌드업 측면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이 더 익숙해져야 하는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 보다는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고 했다. 포항은 김승대 이진현 이석현을 축으로 완델손, 데이비드 등이 가세하며 공격적으로는 깊이가 두터워졌다. 하승운 김 찬 등 신예들의 기량도 좋다.
문제는 채프만의 공백이다. 지난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로 팀의 밸런스를 잡아줬던 채프만이 몸에 이상을 느끼며, 계약을 해지했다. 시즌 개막을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늘 침착하던 최 감독조차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 그간 어렵게 완성한 밸런스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최 감독은 "일단 새롭게 영입한 유준수가 그 자리에서 잘해주고 있다. 패스에서는 채프만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과정을 중요시한다. 그는 각론 보다는 총론을 강조한다. 세밀한 부분 보다는 기본적인 틀을 만드는데 공을 들인다. 형태만 유지된다면 그 팀이 가진 수준만큼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지론이다. 최 감독은 2년 넘게 선수단을 꾸리고 지도하며 그 '틀'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올해 그 결실을 노리고 있다. "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가야 한다. 일단 FA컵 우승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리그도 지난 시즌 이상의 순위에 가고 싶다." 지난 몇년간 숨죽였던 '명가' 포항의 부활을 위한 최 감독의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