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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부가 어때서…백승호, 못 떠난 게 아니라 남고 싶어 남았다

최종수정 2019-08-09 01:53

11일 오후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벌였다. 백승호가 이란 수비를 제치며 감각적인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11/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국가대표 미드필더 백승호(22·지로나 FC)가 올여름 유니폼을 바꿔입지 않을 전망이다.

취재 결과, 백승호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랑스 1부 님 올랭피크와 디종, 독일 1부 클럽 2곳, 잉글랜드 클럽 2곳의 눈길을 받았다. 소속팀 지로나가 2018~2019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8위를 하며 2부인 세군다 디비시온으로 강등된 터라 이적 가능성을 열어뒀다. 2군 감독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경기는 2군, 훈련은 1군에서 하는 혼란스러운 시즌을 보낸 점, 2017년 3년 계약을 한 지로나와의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점도 이적 카드를 만지작거린 이유였다.

지난 6월 중순 후안 카를로스 운수에(52)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운수에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코치를 지냈다. 이 시기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B팀에서 뛰었다. B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던 백승호를 운수에 감독이 그때부터 눈여겨봤다는 후문이다. 운수에 감독은 지로나에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시즌 백승호를 주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장뿐인 비유럽 선수(Non-EU) 쿼터중 한 장을 한국인 백승호에게 사용하겠다는 것이었고, 온두라스 국가대표로 A매치 33경기(9골)를 뛴 공격수 초코 로사노(26)를 내보내는 결정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 지로나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클럽 노팅엄 포레스트와 로사노 이적을 협상 중이다. 운수에 감독이 다음시즌 백승호와 콜롬비아 수비수 요한 모이카(26)로 비유럽 선수를 꾸릴 게 유력하다.

백승호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8일 스포츠조선과 통화에서 "운수에 감독이 백승호를 많이 신뢰하는 것 같다. 스페인과 같이 축구 저변이 넓은 국가에서 외국인 중앙 미드필더를 주전급으로 생각한다는 게 대단한 거다. 팀들이 주로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는 공격수 또는 수비수다. 미드필더를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선 축구를 조금 하는 친구들은 다 미드필더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백승호 인스타그램

제2의 기성용X기성용. 사진=백승호 인스타그램
지난 6월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통해 '제2의 기성용' 될 가능성을 보여준 백승호가 왜 스페인 2부팀에 남느냐고 의문을 던질 수 있다. 프랑스, 독일 진출설이 나온 이후 일부 팬들은 백승호 기사 댓글에 이러한 의견을 남겼다. 하지만, '2부'라고 하더라도 스페인 2부는 레벨이 조금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페인 내에선 '스페인 2부 상위권팀이 프랑스 중하위권팀, 오스트리아 1부팀, 네덜란드에선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 페예노르트 '3강'을 제외한 나머지팀들 보다 수준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님 올랭피크 또는 권창훈(25·현 프라이부르크)의 전 소속팀 디종 이적이 그럴싸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리그 수준을 고려할 때 남는 선택이 더 이로울 수 있다. 올 시즌 지로나가 승격을 두고 다퉈야 할 팀 중 다수가 프리메라리가를 경험했다.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엘체, 우에스카, 라스팔마스, 말라가, 레알 오비에도, 라싱 산탄데르, 테네리페, 레알 사라고사, 스포르팅 히혼, 라요 바예카노, 카디즈, 알메리아 등등이다. 컵대회인 코파델레이에선 프리메라리가 상위권 팀들과 격돌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유청년 시절을 모두 스페인에서 보내며 스페인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백승호로서는 축구 및 생활 환경도 고민거리 중 하나였을 것이다. 리그 스타일, 언어 등에 적응하는데 한 시즌을 허비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자신을 신뢰하는 감독 밑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편이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로나 이적 이후 출전운이 따르지 않았던 백승호가 지금 가장 목마른 건 1부 타이틀이 아닌 1군 경기 출전일 것이기 때문이다.


백승호가 1군에서 주전급으로 꾸준히 출전한다면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구가할 수 있다. 연장계약을 맺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년 여름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자유계약 선수(FA)로 풀린다. 변수는 있다. 스페인 이적시장은 9월 2일 마감된다. 오는 17일 세군다 디비시온 개막 이후 백승호를 강력히 원하는 구단이 등장하고, 지로나가 만족할 만한 이적료까지 제시한다면 팀을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다음시즌 지로나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로 승격 가능성을 높이고 백승호 또한 그 안에서 원하는 만큼 출전한다면 시즌 중 연장계약을 하지 말란 법도 없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시즌 '스페인 1부리거' 라서가 아니라 백승호의 잠재력을 보고 발탁했다. 지로나 B팀 소속 '3부리거'가 6월 이란과의 국내 평가전에서 여느 '1부리거'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벤투 감독은 "백승호가 우리가 원하던 것을 보여줬다. 특히 볼을 가지고 있을 때 플레이가 좋았다"고 엄지를 들었다. 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스페인 2부 무대를 누빈다면 벤투 감독이 오는 9월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도 백승호를 발탁할 명분이 생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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