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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상대가 나를 인정하면, 그만큼 더 많은 준비를 해야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전반에는 왜 답답한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대구는 지난 시즌 돌풍의 주인공이었다. 3-4-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 축구를 선보였다. 에드가-세징야-김대원으로 이어지는 스리톱이 상대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대구를 상대로 함부로 라인을 올렸다가는, 수비 진영에서 올라오는 긴 패스 한 방에 세 사람이 바로 골찬스까지 만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는 대구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졌다기보다, 상대가 그만큼 대구 축구에 준비를 하고 나온다는 뜻이다. 2라운드를 치른 포항 김기동 감독은 "대구의 역습 축구가 강하기에, 대비를 잘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포항은 실제 경기 전반전동안 대구가 아무 것도 못했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자신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었다. 인천전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낫다고 할 수 없는 인천은 경기 내내 대구의 역습을 원천 봉쇄하는 수비 위주의 전술을 사용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대구의 역습 축구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팀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징야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거듭나는 등 대구 축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상대팀들의 전략은 간단하다. 공격의 핵심인 세징야를 철저하게 괴롭히고, 수비 라인을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는 아직 스리톱의 역습 축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대는 알고 막는데, 여기에만 올인을 하니 쉽게 공격이 풀릴 수가 없는 구조다. 데얀이 들어갈 때 공격이 원활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얀은 2선까지 내려와 자신이 공을 받고 집중돼있는 수비를 와해시키는 플레이를 해준다. 상대 수비들의 매뉴얼에 없던 대구의 공격이기에, 틈이 생기는 것이다.
대구는 이번 주말 3라운드에서 최강팀 전북 현대를 상대한다. 전북이 대구를 상대로 어떤 전술을 들고나올지 지켜보면, 앞으로 대구가 어떤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답이 나올 듯 하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오면, 대구의 역습 축구가 다시 통할 수 있겠지만 전북도 대구의 전력을 인정하며 라인을 내리고 차분하게 경기를 푼다면 대구가 또 고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해법이 필요해진 대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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