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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래 두드린 쇠가 단단한 법이다.
현역 시절 '둘리'로 불리며 영리한 플레이에 능했던 박진섭 광주 감독 역시 오랜 고생 끝에 감독직에 올랐다. 2011년 당시 현대미포조선에서 플레잉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박 감독은 개성고등학교에서 감독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어 K리그로 무대를 옮겨, 부산 아이파크, 포항에서 코치 생활을 한 박 감독은 2018년에야 처음으로 프로 감독이 됐다. 박 감독과 절친인 김도균 수원FC 감독의 행보도 비슷하다. 2007년 서남대 코치로 지도자 무대에 올라온 김 감독은 2009년부터 4년간 울산 현대 산하 현대중학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울산의 코치, 유스총괄부장 등으로 5년의 세월을 더 보낸 김 감독은 올 시즌 수원FC를 통해 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길면 15년, 짧으면 6년, 코치로, 혹은 아마추어 감독으로 경험을 쌓은 이들은 감독으로 변신 후 성공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데 이어, 올해 1, 2위팀 감독들을 제치고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김태완 감독은 올 시즌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을 빗댄 '펩태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진섭 감독은 승격에 이어 광주 창단 최고의 성적을 만들며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도균 감독도 첫 해부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리며 초보 감독 답지 않은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경험이 필요하다. 감독은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한다. 정확하고, 빠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김기동 김태완 박진섭 김도균 감독의 성공은 그래서 당연하다.
K리그는 젊은 감독들의 시대다. 축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트렌드다. 유럽에는 이미 30대 감독까지 나왔다. 1987년생인 율리안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의 성공사례로 그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젊고,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지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간과하는 것이 있다. '감독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가.' 성패는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29세에 처음으로 감독직에 오른 나겔스만 감독은 21세 때부터 감독이 될 준비를 했다. 김기동 김태환 박진섭 김독 감독의 성공이 K리그에 주는 교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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