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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김태완 박진섭 김도균 감독의 성공 교훈, 핵심은 '얼마나, 어떻게 준비했느냐'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11-19 05:40


김기동 포항 감독(왼쪽부터), 김태완 상주 감독, 박진섭 광주 감독, 김도균 수원FC 감독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래 두드린 쇠가 단단한 법이다.

올 시즌 K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언더독'의 반란이 거셌다. '선수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은 포항 스틸러스는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상주 상무는 '무조건 강등'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팀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승격팀' 광주FC는 '강등 1순위'라는 평가를 넘어 팀 창단 최초로 상위스플릿 진출에 성공했고, K리그2에서는 제주 유나이티드, 경남FC, 대전 하나시티즌 등 K리그1급 전력을 갖춘 대어들 틈바구니 속 수원FC가 2위에 자리했다.

4팀에는 공통된 성공 비결이 있다. 바로 탄탄한 내공을 쌓은 지도자가 있다는 점이다. 선수시절부터 감독으로 성공할 재목으로 꼽혔던 김기동 포항 감독은 은퇴 후 U-23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등에 일조한 김 감독은 2016년 수석코치로 친정 포항에 합류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김 감독은 지도자 변신 후 6년만인 2019년 처음으로 감독직에 올랐다. 한일은행, 대전 시티즌 등에서 뛴 김태완 상주 감독은 2002년부터 코치로 변신해, 무려 15년간 코치생활을 했다. 상무에만 줄곧 머문 김 감독은 2011년에는 정식 군무원이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15년의 기다림 끝에 2017년 마침내 감독 자리에 올랐다.

현역 시절 '둘리'로 불리며 영리한 플레이에 능했던 박진섭 광주 감독 역시 오랜 고생 끝에 감독직에 올랐다. 2011년 당시 현대미포조선에서 플레잉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박 감독은 개성고등학교에서 감독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어 K리그로 무대를 옮겨, 부산 아이파크, 포항에서 코치 생활을 한 박 감독은 2018년에야 처음으로 프로 감독이 됐다. 박 감독과 절친인 김도균 수원FC 감독의 행보도 비슷하다. 2007년 서남대 코치로 지도자 무대에 올라온 김 감독은 2009년부터 4년간 울산 현대 산하 현대중학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울산의 코치, 유스총괄부장 등으로 5년의 세월을 더 보낸 김 감독은 올 시즌 수원FC를 통해 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길면 15년, 짧으면 6년, 코치로, 혹은 아마추어 감독으로 경험을 쌓은 이들은 감독으로 변신 후 성공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데 이어, 올해 1, 2위팀 감독들을 제치고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김태완 감독은 올 시즌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을 빗댄 '펩태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진섭 감독은 승격에 이어 광주 창단 최고의 성적을 만들며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도균 감독도 첫 해부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리며 초보 감독 답지 않은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장점은 역시 위기의 순간, 대처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다양한 해법과 수로 위기를 넘는다. 김기동 감독은 스리백, 혹은 선수 시프트 등 다양한 옵션으로 위기마다 포항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선수시절 꾀돌이로 유명했던 박진섭 감독도 탁월한 용병술로 광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위기를 대하는 태도 역시 의연하다.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축구를 구사한다. 김태완 감독은 연패 중에도 로테이션 전략을 꺾지 않았고, 김도균 감독도 자신의 철학인 공격축구로 여기까지 왔다. 오랜 내공이 만든 힘이었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통해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만드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경험이 필요하다. 감독은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한다. 정확하고, 빠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김기동 김태완 박진섭 김도균 감독의 성공은 그래서 당연하다.

K리그는 젊은 감독들의 시대다. 축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트렌드다. 유럽에는 이미 30대 감독까지 나왔다. 1987년생인 율리안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의 성공사례로 그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젊고,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지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간과하는 것이 있다. '감독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가.' 성패는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29세에 처음으로 감독직에 오른 나겔스만 감독은 21세 때부터 감독이 될 준비를 했다. 김기동 김태환 박진섭 김독 감독의 성공이 K리그에 주는 교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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