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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침묵 깨고 '사실상 1위' 올라선 제주 주민규 , 그럼에도 웃을 수 없는 속사정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8-03 17:15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사실상 '득점 1위'가 됐지만, 제주 유나이티드의 골잡이 주민규는 활짝 웃지 못했다.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여름 더위와 습도로 가득찼던 2일 저녁 제주월드컵 경기장. 원정팀 성남FC에 0-2로 뒤지던 후반 39분. 조나탄 링이 차 올린 코너킥을 주민규가 훌쩍 뛰어올라 헤더로 방향을 틀었다. 주민규의 머리에 맞은 공은 순식간에 골문 안으로 빨려 들었다. 주민규는 잠깐 환호했다. 그러나 이내 입을 굳게 다문 채 앞으로 달려나갔다. 빨리 공격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남은 시간 더 이상 골을 뽑아내지 못한 채 패배의 쓴 잔을 들고야 말았다. 주민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날 헤더 골로 주민규는 시즌 13호 골을 기록하며 조규성(김천)을 제치고, 토종 선수 중에서 선두로 뛰어올랐다. 비록 아직 K리그1 득점 순위 최상단에는 일본 비셀 고베로 떠난 스테판 무고사(14골)의 이름이 있지만, 무고사의 골이 더 이상 추가되지 않기 때문에 역전은 시간 문제다. 주민규를 '사실상 득점 1위'로 부를 수 있는 이유다. 2년 연속 토종 득점왕의 탄생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좋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주민규는 웃을 수 없었다. 최근 제주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날도 리그 최하위 성남에 패하면서 전북 현대전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최근 5경기에서 1승1무3패로 승점 추가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타이트한 경기 일정으로 인해 선수들이 상당히 지쳐 있는 상황이다. 제주는 원정 이동 시 늘 비행기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팀에 비해 이동거리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선수들의 체력 유지가 늘 고민거리다. 시즌 초반 잘 나가다가도 6~8월 여름철에 성적이 뚝 떨어지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주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유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성남전만 해도 핵심 미드필더 이창민과 최근 점점 제 실력을 찾아가고 있던 구자철이 아예 나오지도 못했다. 전북 원정 이후 제주로 오는 과정에서 감기 증세가 걸린 것이다. 당초 제주는 7월 30일 전북과의 원정경기를 마치고 다음 날 바로 제주로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문제로 인해 청주로 올라가 다시 1박을 하고 나서야 성남전 하루 전날인 1일에야 제주로 올 수 있었다. 오히려 원정팀 성남이 하루 먼저 도착해 체력을 추스를 수 있었다.

이런 팀 상황 때문에 주민규도 원래 성남전에 쉴 계획이었다. 그러나 2골을 먼저 내준 상황에서 팀의 최강 스트라이커를 그냥 쉬게 할 수는 없었다. 남 감독은 주민규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면서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주민규는 기대대로 골을 터트렸지만, 승부는 바뀌지 않았다. 골을 넣고도 무거웠던 주민규의 표정이 제주의 현재 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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