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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의 재능은 반짝였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재능을 봤다. 미드필더 천가람(울산과학대)은 A대표팀 에이스 지소연(31·수원FC 위민)을 연상시킨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의 이름 앞에는 '천메시'(천가람+리오넬 메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캡틴' 김은주(울산과학대)는 '제2 조소현(34·토트넘 위민)'이란 긍정 평가를 받았다. 골키퍼 김경희(창녕WFC)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밖에 고유나(울산과학대) 배예빈(포항여전고) 등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성장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기본은 선수들의 노력이다. 현장의 A관계자는 "선수들 스스로 경쟁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된다. 목표를 갖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여자축구팀은 2021년 기준 총 63개다. 초등부 18개, 중등부 16개, 고등부 12개, 대학부 8개, WK리그 9개다. 2011년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79개까지 늘어났던 여자축구팀은 2019년 60여개로 줄어들었다.
라이벌 팀들은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 영국 언론 BBC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보고서를 인용해 2033년 유럽 여자축구의 상업적 가치가 지금 수치의 6배인 5억78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잉글랜드에서 막을 내린 여자 유로 2022에선 총 57만487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17년 네덜란드 대회의 24만55명이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의 결승전에는 무려 8만7192명이 들어찼다.
콜린 벨 A대표팀 감독도 우려를 표한 부분이다. 벨 감독은 지난 6월 컨퍼런스에서 한국과 아시아 주변국의 상황을 비교했다. 현재 한국의 여자 축구 선수 등록 인원은 1459명이다. 호주(42만9000명), 일본(81만8000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후발 주자'의 노력도 매섭다. 인도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6개월에 거쳐 200 훈련 세션을 진행했다. 베트남은 스페인에서 한 달 동안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필리핀은 미국(LA)에서 13주 동안 전지훈련을 했다.
B관계자는 "한국은 축구를 하려는 인원도, 팀도 매우 적다. 풀뿌리 축구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결국 재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엘리트 축구를 하면 어느 시점에선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남자처럼 실업 산하 유스팀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에 U-20 대회를 다녀온 멤버들은 굉장히 좋다. 이들이 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나도 12년 전 그 대회(U-20 월드컵)를 했다. 그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고, 임하고 있는지 안다. 너무 마음이 짠했다. 선수들은 잘했다. '여자축구 미래가 밝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됐다. 그 선수들이 앞으로 경험을 많이 쌓아서 A매치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도록 꾸준히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영국의 여자 유로 2022 우승은 놀랍지 않다. 그렇게 플랜을 짜서 준비했다. 영국은 내년 여자월드컵 우승까지 보고 있다. 플랜이 맞아떨어졌다. 좋은 분위기가 리그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