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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주장에서 거침없는 행동대장으로, 기성용이 달라졌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8-22 15:05 | 최종수정 2022-08-23 06:0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주장 완장이 그토록 무거웠던 걸까. 이달 나상호(26)에게 주장직을 넘긴 '전직 캡틴' 기성용(34)이 달라졌다. 표정부터가 바뀌었다.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4라운드 홈경기에서 독기를 품은 듯 거침이 없었다.

전반 29분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상대진영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전력질주했다. 공을 잡은 성남 미드필더 김민혁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태클로 공 소유권을 되찾지 못하자 다시 한번 다리를 뻗어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파울이 선언됐다.

후반 4분, 볼 소유권에 관해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주심이 다가와 주의를 줬다. 후반 28분 일류첸코의 선제골로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30분쯤, 빠른 발을 앞세워 역습에 나선 팔라시오스를 필사적으로 따라붙어 저지했다. 경고를 감수한 파울이었다.

주장을 넘기기 전 기성용은 그라운드에서 충돌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후배들을 다독이거나 중재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하지만 완장을 뗀 지금은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듯 상대와의 기싸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중계화면 캡쳐
지난 15일 김천전에선 팀내 활동거리 1위를 기록했다. 빌드업의 시작점,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스리백 수비 등 기존 임무에만 국한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임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김천전 전반전엔 날카로운 중거리포로 골문을 위협했다. 지난 5일 제주전에선 프리킥으로 골대를 때렸다. 성남전에선 직접 상대 문전을 향해 침투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자청해서 주장 완장을 후배인 나상호에게 넘겼다. 그러면서 남긴 말은 "내 역할은 바뀌지 않는다"였다. 완장만 팔에 차지 않았을 뿐, 경기장 위 든든한 맏형이자 중원에서 '믿을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단 각오였다.

이러한 대선배의 살신성인은 동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서울은 지난 김천전에서 선제 실점 후 2대1로 역전승했고, 성남전에선 후반 28분과 37분 일류첸코의 연속골로 2대0 승리했다. 2연승을 통해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기성용처럼 팀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야 팀이 좋아진다"고 했다. 팀 부진에 책임을 지고 완장을 벗겠다는 기성용의 아이디어가 지금까진 성공의 결실을 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팀이 잘 되려면 고참 선수가 폼만 잡고 있으면 안 된다.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행동과 경기력으로 보여주어야만 후배들도 한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한다. 경험이 풍부한 기성용이 한 시즌의 중요한 흐름에서 변화의 타이밍을 잘 잡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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