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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월드컵(A매치 기준) 한-일전'은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월드컵 16강은 아시아 팀들에는 버거운 무대였다. 그 틀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깨졌다. 한국과 일본이 '죽음의 조'에서 탈출해 16강에 올랐다.
한때 한-일전은 응어리진 한을 풀 수 있는 탈출구였다. 일본 축구는 한국의 적수가 아니었다. 1954년 첫 한-일전 이후 1990년대까지는 36승16무10패로 한국의 절대 우세였다. 그 기류는 1993년 출범한 J리그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격차가 좁혀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역전이 돼 버렸다.
기록이 말해준다. 벤투호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열린 한-일전에서 각각 0대3으로 완패했다. A대표팀뿐이 아니다. 각국 축구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미래들의 무대에서도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지난해 23세 이하와 16세 이하 대표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본에 나란히 0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치욕이지만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다. 한국 '0', 일본 '3'이라는 스코어는 엄연한 현재다.
질적 성장부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본 축구의 성장에는 '유럽 진출'이 큰 몫을 차지했다. 카타르월드컵만 비교해도 26명 최종엔트리 가운데 유럽파 숫자는 한국이 8명, 일본이 19명으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전체 유럽파 숫자는 더 비교가 안된다. 100명에 가까운 일본 선수들이 유럽 전역을 누비고 있는 반면 한국은 10명대에 불과하다. 김민재(나폴리)가 "일본이 부럽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일례로 프로 유스팀에 소속된 선수 1인당 1년 평균 '육성 투자액'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투자는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뤄진다. 축구 선수의 경우 유럽에 진출하려면 이적료라는 '보상책'이 발생한다. 이적료에는 그 선수의 가치도 담겨 있다.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구단은 물론 선수에게도 좋다.
하지만 최정상급 선수가 아니고서는 유럽 구단에서 아시아 선수에게 '도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이 거울이 될 수 있다. 물론 일본도 FA(자유계약 선수)가 아닌 경우 이적료없이 이적한 경우는 없다. 다만 독일 분데스리가와 일본 축구는 '특수 관계'에 있다. 유럽의 타 리그 이적에 비해 이적료가 저렴한 편이다. 일본축구협회(JFA)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JFA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포함해 유럽에 '브랜치'를 두고 스태프가 상주한다. 이들은 자국 선수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각 리그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가교 역할을 한다. 유럽 진출이 용이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반면 한국은 돈이 걸린 문제라 이적 협상부터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갈등의 골'도 노출된다. 한시적이라도 대한축구협회가 나서 JFA처럼 조정 역할을 할 창구를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축구의 산업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한 쪽도 피해가 가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 한국 축구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정부와 협조해 '엘리트 학생 선수'에 대한 커리큘럼 변화도 요구된다. 초등, 중등은 차치하고 고교 선수부터는 전문적으로 그 길을 걸을 선수다. '공부하는 학생 선수'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고교부터는 '학생 선수'에 맞는 커리큘럼도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체육계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부터 출전국은 48개국으로 늘어난다. 32강전부터 '녹아웃 토너먼트'에 돌입하는 것이 현재의 밑그림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아시아팀끼리 맞붙을 확률은 더 높아졌다. 월드컵 한-일전은 시간문제다. 한국 축구의 일본 따라잡기,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