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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상대팀에 예의가 아니죠. 올스타전 아니고 한국시리즈잖아요."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KIA 선수들은 이의리와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게 좌완 필승조 곽도규였다. 곽도규는 지난해 국가대표까지 하는 등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눈길을 끌었는데,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2승,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10월 28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대뜸 유니폼 상의 단추를 풀어 활짝 펼쳤다. 유니폼 안에 이의리와 등번호 48번이 새겨진 티셔츠를 보여주기 위한 것. 우승 트로피를 두고 다투는 무대에서 보여준 대담한 퍼포먼스였다.
이의리는 마운드 복귀를 앞두고 다시 그 순간을 되돌아보며 "상대팀에 예의가 아니다. 올스타전이 아니라 한국시리즈지 않나. (곽)도규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규가 스스로 잘 던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고, 그 점은 존경한다. 도규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시에는 도규를 안 좋게 아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의리는 재활하며 만난 곽도규에게 "몸 관리 잘해라"고 격려했다. 이의리는 "수술 시간이 길었다고 들었다. 그래도 도규는 착실한 친구라서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하는 것 같아서 잘 해내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시기가 아쉬웠을 뿐, 한번 받아야 할 수술이었다고 생각하고 지난 1년을 덤덤히 버텼다.
이의리는 "20살 때부터 병원에서 이야기하긴 했다. 아프면 수술하고, 안 아프면 계속 하라고. 그냥 때가 된 것 같았다. 선발투수를 하면서 오래 버틴 것 같다. (그런데 갈수록) 5일 쉬는 과정에서 회복이 살짝씩 더딘 느낌이었다. 2024년에 특히 그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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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는 "작년에는 1군 홈경기가 있을 때 1군에서 재활하게 해주신 덕분에 순조롭게 왔다. 비시즌에는 (김)민주가 많이 도와줬다. 민주가 재미있고 웃음을 찾아 주는 친구인 것 같다. 겨울에는 KT (고)영표 형이 내가 제주도 가려고 했을 때 영표 형도 제주도에 있었다. 내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토미존 수술 경험이 있는 KT 위즈 소형준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이의리는 "평소 밥도 같이 먹고 친하다. (소)형준이 형이 급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재활 과정 한번 멈췄을 때) 그때 참고 하려면 할 수 있었는데, 형준이 형 이야기를 들었더니 6주를 쉬었다고 하더라. 참으면 더 오래 쉴 것 같아서 빨리 중단했다"고 했다.
마운드에 다시 설 준비는 완벽하게 됐다.
이의리는 "(2군 등판하면서) 확실히 야구를 하니까 이제 좀 사는 것 같다. 마운드에서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생각 많은 것을 지우려 하고 있다. 벌써 1년이 지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준비는 잘돼서 자신감은 넘친다. 지금 컨디션이 좋은데 (우천 취소로 밀려서) 아쉽긴 하다. (후반기 목표는) 우승이다. 선수로서 우승은 당연히 해마다 목표니까. 우승할 수 있게 잘 팀에 녹아들어서 좋은 성적을 한번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의리의 진정한 복귀 시즌은 2026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성적을 내기 위해서 이의리가 무리하게 공을 던지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의리는 한술 더 떠서 45살까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공을 던지겠다고 했다.
이의리는 "나는 45살까지 야구하는 게 꿈이다. 잘해야 45살까지 하니까. 45살로 정한 이유는 딱히 없다. 그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았다. (최)형우 선배님 보면 뭐든 잘하시지 않나. 내 롤모델이다. 관리도 잘하시고, 본인 컨디션에 맞춰서 운동도 많이 하시고. 지금 나이까지 솔직히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걸 해내시니 존경스럽다"며 최형우의 뒤를 잇는 장수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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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