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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토트넘-맨시티전 시작까지 3시간 반 정도를 남겨둔 5일 오후 1시쯤(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에 위치한 세븐시스터즈역에 내렸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고개를 들자마자 손흥민의 토트넘 7번 홈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팬이 눈에 띄었다. 지하철에서 내린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기자에게 '손흥민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런던을 찾아 손흥민의 홈경기 직관하기'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 런던의 관광 코스가 된 것만 같았다. 예컨대 오전에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버킹엄 궁전이나 대영박물관, 런던브릿지 등을 방문한 뒤 오후에 손흥민 홈경기를 직관하면 런던에서의 하루 일정을 알차게 소화할 수 있다. 손흥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은 '인생컷', '평생 자랑거리'가 된다.
손흥민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직장인 함상욱씨(31)는 "유럽 여행 중 '쏘니'를 보기 위해 파리에서 런던으로 건너왔다. 손흥민 경기를 직관하는 건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고 했다. 함씨와 동행한 이의덕씨(29)는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 토트넘-맨시티전이 열린다기에 휴가를 얻어 이렇게 토트넘에 오게 됐다"고 했다.
손흥민은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토트넘 홈경기를 찾는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궁금했다. 팬들은 왜 손흥민에 열광할까. 유럽 여행 중에 런던에 들렀다는 박시은씨(23)와 주나정씨(22)는 "그냥 쏘니라서"라고 쿨하게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손흥민이기에 시간을 내어 직접 토트넘까지 왔다는 것이다. '잘 생기고 축구를 잘 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박씨는 "월드컵 전에 다쳐서 마음이 아팠다.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입성해 '폼'을 되찾은 손흥민이 전반 40초 80m '폭풍 드리블'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비록 후반 31분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며 기다리던 득점과 '찰칵 세리머니'는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의 표정에선 아쉬움은 읽히지 않았다. 이날 직관한 팬들은 훗날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런던 토트넘까지 가서 아시아 레전드의 경기를 직관했노라고.
런던(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