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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현대가 더비'는 역시 '볼맛'나는 명품매치였다. 2023년 K리그가 첫 판부터 화제 폭발이다.
스토리도 넘쳤다. 지난해 17년 만의 K리그 정상에 선 울산과 6연패가 좌절된 전북의 만남만으로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이 상대 팀에 박수받고 입장하는 '가드 오브 아너'는 전북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왕좌'가 바뀌면서 울산이 그 영예를 누렸고, 개막전 대진 상대인 전북이 늘어서서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이색 볼거리도 추가됐다. 일본인 K리거 아마노 준(전북)이 불러온 '파장'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왔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정면 돌파"라며 아마노를 선발, 투입했다. 울산 팬들은 전북으로 둥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신의를 저버린 아마노를 강하게 질타한 홍명보 울산 감독을 절대 지지했다. 일본어로 '거짓말쟁이 아마노'라고 쓴 걸개를 내걸었다. 아마노가 볼만 잡으면 '강한 야유'로 거칠게 몰아세웠다.
하지만 너무 이른 축포 탓일까. '월드컵 스타' 조규성을 비롯해 계속된 기회에도 마무리가 안됐다. 위기 뒤 기회라고 했다. 울산의 '우승 DNA'는 전반 중반 이후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전반 43분 지난해 울산 이적 후 팀내, 커리어 최다인 12골-6도움을 기록한 엄원상이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전북은 다른 팀이 됐다. 전반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은 자취를 감췄다. 교체로 K리그에 첫 선을 보인 스웨덴 출신의 루빅손(울산)이 데뷔골을 작렬시키며 울산의 2대1 대역전승을 연출했다.
희비는 극명했다. 홍 감독은 "역전으로 마친 것은 팀에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팀의 힘, 파워가 성장했다"고 미소지었다. 반면 김 감독은 "전반 찬스 때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아마노도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야유가 신경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울산 팬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도 봤다"며 "울산은 확실히 좋은 팀이다. 그래도 득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늘 경기를 평가하자면 나에게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엄원상은 팀내에서도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이날은 달랐다. 동점골을 터트린 후 전북 서포터스를 향해 격한 '쉿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전북이 워낙 크게 응원해 기죽지 마라고 강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우리 팬들의 사기가 올라갔고, 그 응원을 받아 이겼다. 과격하더라도 우리 팀에는 이득이었다"며 웃었다. K리그에 봄이 왔다. '현대가'의 두 번째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