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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나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우리는 이길 자격이 있다."
승점 3점에만 집중하느라 대구 선수단은 전북전 직후 윗물행이 확정된 걸 미처 몰랐다. 고재현은 "(홍)정운이형이 서울-전북이 최종전에 붙으니 우린 확정이라고 말해줘 알았다"고 했다. 세징야의 갈비뼈 골절, 벨톨라의 퇴장 징계에 이날 전반 바셀루스마저 근육 부상으로 물러난 가운데 고재현이 위기의 대구를 구했다. 멀티골 직후 고재현은 대구 팬 1600명이 운집한 원정석 계단 위로 내달렸다. 팬들의 환호성을 귀에 담는 세리머니, 대구 팬들의 함성이 전주성을 뒤덮었다. 고재현은 "그 응원가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형들도 숙소에서 따라부르는 응원가다. '이 맛에 축구하는구나' 싶다"고 했다.
승리 후 축구 커뮤니티엔 '고재현 아시안게임 갔으면 우리 상위 스플릿 못갈 뻔'이라는 대구 팬들의 공감,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고재현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엔 (황)재원이를 비롯해 친한 친구들이 많다. 대한민국 축구팬으로서 응원하며 보고 있다"고 했다. 매번 황선홍호의 부름을 받았으니 최종 엔트리 탈락 후 낙담은 당연했다. 고재현은 "아시안게임 못가고 스스로 의심이 됐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잘 할 때는 한없이 자신감이 넘치다가 안될 땐 '나는 해도 안되나' 의심하게 되더라"고 했다. 절망이 바닥을 칠 무렵, 그는 작년 강등 전쟁 중 썼던 일기를 꺼내봤다. '이 경기 아니면 안된다' '진짜 마지막 기회다' 매순간 간절함이 절절한 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땐 더 힘든 일도 이겨냈는데… 그때 그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끝까지 나를 믿고, 잘하려 하지 말고,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미친 듯이 개처럼 뛰고, 절대 후회 남기지 말고, 90분 휘슬 후에 내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져 있게, 그냥 그런 단순한 각오로 미친 듯이 죽을 듯이 뛰기로 결심했다."
고재현의 대구는 파이널A에 머물 뜻이 없다. "다음 목표는 당연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이다. (최원권)감독님과 우리는 또 도전할 것이다. ACL에 가야 더 성장할 수 있고 증명할 수 있다. 무조건 가야 한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