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은 새로운 팀에서 어떤 축구를 펼칠까? 2024시즌 개막전이 다가올수록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기동 서울'에 대한 힌트가 될 만한 '참고서'가 나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간한 2023년 K리그 테크니컬리포트다.
연맹 기술위원회 산하의 기술연구그룹(TSG) 위원들이 K리그 전략과 전술을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한 'K리그 전술보고서'에는 김 감독이 이끌던 2023년 포항과 안익수 전 감독과 김진규 전 감독대행이 이끌던 서울 등 각 구단 및 선수 데이터가 상세히 담겨있다.
2023년 포항과 2023년 서울의 평균 활동량 및 스프린트 횟수부터 비교해봤다. 서울은 K리그1 12개팀 중 가장 많은 활동량(118.3㎞)을 기록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활동량 1위다. 그에 비해 전력 질주를 뜻하는 스프린트는 전체 5번째(216.6회)였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많은 활동량을 보였으나, 전력질주 횟수는 많지 않았다. 포항의 활동량은 전체 6위(115.5㎞)였지만, 스프린트는 전체 1위(228.5회)였다. 기술위원들은 "다른 팀에 비해 매우 밀도 높은 움직임을 가져갔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포항은 이러한 밀도 높은 움직임을 통해 지역 수비와 대인 수비를 적절히 혼용했다. 포항의 기대실점은 38.9골로 12개팀 중 가장 낮았다. 실제 실점은 40골(최소실점 4위). 반면 서울은 전방압박과 빌드업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 역습에 취약한 면모를 보였다. 서울의 기대실점은 46.0골(4위)이었고, 실제론 49골(최소실점 공동 8위)을 허용했다.
◇2022년 K리그 빌드업 지표. 출처=K리그 테크니컬리포트
◇2023년 K리그 빌드업 지표. 포항의 달라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K리그 테크니컬리포트
포항은 2023시즌 전방 압박의 강도를 나타내는 '압박강도'(PPDA)에서 7.91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9.03으로 전체 6위였다. 상대 골대 방향으로의 볼 전개 속도를 나타내는 '평균 다이렉트 스피드'에서도 포항이 11.58㎧로, 서울(10.52㎧) 보다 역습 전개 속도가 더 빨랐다. 김 감독은 '강한 압박과 밀도 있는 수비 움직임, 빠른 역습'으로 대표되는 축구로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 및 FA컵 우승의 성과를 냈다. 자기 축구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김 감독이 서울에 '포항 색'을 입힐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터프한 수비, 빠른 공격, 팀 조직력'을 강조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여기에 서울의 기존 컬러인 빌드업을 가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중앙 미드필더 오베르단을 중심으로 빌드업을 한층 강화한 전술을 선보였다. 테크니컬리포트는 "포항의 패스 횟수와 직선 이동 거리 수치가 전년 대비 모두 늘었다. 포항은 K리그1에서 4번째로 높은 점유율(54.9%)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포항의 2022시즌 점유율은 51.6%였다. 포항과 서울의 장점을 섞은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선 '패스 마스터' 기성용의 존재가 필요해 보인다. 김 감독은 "기성용이 서울이고, 서울이 기성용"이란 말로 FA 기성용에게 동행 의지를 표명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