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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경기 종료 후 이례적 벤클, 감독-선수 언쟁까지…그날 김천에선 대체 무슨 말이 오갔나

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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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9 09:21 | 최종수정 2025-05-29 09:38


[SC이슈]경기 종료 후 이례적 벤클, 감독-선수 언쟁까지…그날 김천에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김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8일 김천종합운동장. FC서울이 김천 상무에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김천 김봉수와 서울 최준이 골라인 부근에서 볼을 다투는 상황에서 고형진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봉수가 최준을 거칠게 밀쳤고, 양팀 선수들이 갑자기 충돌했다. 주심이 황급히 달려가 제지하려 했으나, 그라운드 위의 선수 뿐만 아니라 벤치 대기 선수 및 코칭스태프까지 몰려 나와 뒤엉켰다. 김천 정정용 감독과 서울 김기동 감독까지 나서 선수들을 말리는 데 안간힘을 썼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상황이 거의 정리되려던 찰나엔 정 감독이 서울 주장 제시 린가드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후반 35분 서울이 루카스의 선취골로 앞서간 가운데, 총공세에 나선 김천은 후반 49분 서민우의 동점골로 따라붙는 듯 했다. 그러나 주심은 VAR을 거쳐 노골을 선언했다. 득점에 앞서 김천 박찬용이 서울 정승원에게 볼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푸싱 파울을 범했다는 것. 재개된 경기에서 서울 선수들이 측면에서 돌리던 볼을 따낸 김봉수가 킥을 하던 찰나, 최준이 뒤에서 김봉수의 오른발을 걷어찼다. 이에 김봉수가 최준에게 곧바로 달려들었고 벤치 클리어링 상황으로 이어졌다.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경기 막판이었다. 김봉수가 볼을 잡은 가운데 뒤늦게 뒤에서 발목을 찬 최준의 플레이는 명백한 파울이었다. 주심도 상황이 모두 정리된 뒤 경고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김봉수의 대응도 적절하지 못했다. 상대 선수를 거칠게 밀치면서 달려든 행위는 간절함으로 정당화되긴 힘든 장면이었다.


[SC이슈]경기 종료 후 이례적 벤클, 감독-선수 언쟁까지…그날 김천에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정 감독과 린가드는 충돌 상황 초반에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상황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벤치 앞에서 시비가 붙었다. 정 감독은 린가드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고, 린가드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정정용 감독은 린가드와의 충돌 상황에서 오간 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은 이에 대해 "정확하게 듣진 못했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물어보니 서로 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정용 감독은 "퀄리티 있는 선수라면 스포츠맨십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어 "선수들의 감정이 많이 올라와 있다.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교차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이기 이전에 군인인 김천 선수단이 벤치 클리어링까지 나설 정도로 흥분하는 모습은 그동안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리그 순위나 최근 흐름 등을 볼 때 단순히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만든 장면이라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김천 선수들의 감정을 올라오게 만든걸까. "오늘 경기(서울전)를 끝으로 전역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정정용 감독의 말에서 답을 유추해 볼 만했다. 충돌의 시발점이었던 김봉수와 이날 풀타임을 뛴 모재현은 오는 6월 3일 전역한다. 서울전이 김천 소속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다. 내무반에서 동고동락했던 선수들과 승리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을 법 했다. 다만 방식이 과격했다.

이날 상황은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감독관 리포트 및 심판 리포트를 통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전달된다. 향후 연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진 지켜볼 일이다.


김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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