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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도 못 이룬 대업적' 천재 이강인, 韓 최초 트레블 역사 쓴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5-05-30 05:42


'박지성도 못 이룬 대업적' 천재 이강인, 韓 최초 트레블 역사 쓴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트루먼쇼'는 자신이 실제가 아닌 조작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스튜디오를 뛰쳐나오는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주인공 트루먼이 출생 후 서른 살 성인이 되는 성장 과정을 모든 시청자가 TV로 지켜본다는 설정은 파격적이었다. 대한민국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축구 인생은 트루먼쇼를 연상케한다. 유년 시절 축구 예능에 출연한 뒤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해 프로 선수가 되고,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유럽 빅리거가 되고, 공개 연애를 시작한 근 20년간의 성장 스토리를 모든 축구팬들이 지켜봤다. '꼬마' 이강인과 스물넷 성인 이강인의 플레이 영상, 사진과 같은 자료는 넘쳐난다. '가짜'가 아닌 '실제'란 점은 물론 트루먼의 삶과 다르다. 이러한 스토리를 지닌 선수는 한국 축구 역사상 이강인이 유일하다.

대중은 이번 주말(6월 1일) 故 유상철 감독 품에 안겨 해맑게 웃던 '슛돌이'가 '최초의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볼지도 모른다. 이강인은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과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 출격해 커리어 첫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정조준한다. 2018년, 17세 나이로 발렌시아에서 프로 데뷔해 마요르카를 거쳐 7년 만에 잡은 기회다. 이미 프랑스 리그1과 쿠프드 프랭스 타이틀을 거머쥔 이강인이 인터밀란을 꺾고 우승하면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한 선수로 등극한다. 트레블은 축구팬 사이에서 '해버지'로 불리는 전설 박지성도 이루지 못한 대업적이다. 맨유 시절이던 2007~2008시즌 한국인 최초로 UCL 우승컵을 들었지만 자국 컵대회 우승을 놓치며 '더블'에 그쳤다. 유럽 빅리그 역사상 단 8팀만이 트레블을 달성했다. 김민재 소속팀 바이에른뮌헨, FC바르셀로나(이상 2회), 셀틱, 아약스, 에인트호번, 맨유, 인터밀란, 맨시티다. 2019~2020시즌 처음으로 UCL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기록한 PSG가 이번에 우승하면 프랑스 최초 트레블 클럽으로 우뚝 선다.


'박지성도 못 이룬 대업적' 천재 이강인, 韓 최초 트레블 역사 쓴다
AFP연합뉴스
이강인이 이날 그라운드를 밟으면 박지성 손흥민(토트넘)에 이어 한국인으론 세번째 UCL 결승전 출전 선수로 남고, 인터밀란을 꺾고 우승하면 박지성에 이어 한국인 두번째 우승자가 된다. 내달 유로파리그와 UCL 우승자가 동시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진귀한 풍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2019년 UCL 결승전에서 준우승의 아픔을 겪은 손흥민은 지난 22일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커리어 무관을 끊은 바 있다. 이강인은 올 시즌 UCL 11경기 포함 총 45경기를 뛰어 6골-6도움을 기록했다. PSG가 트레블의 꿈을 꿀 수 있게 한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전반기엔 '가짜 9번'부터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헌신했다. 다만 후반기에 팀내 입지가 서서히 좁아져 UCL 결승전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UCL 8강 애스턴빌라전과 4강 아스널전, 지난 24일 랭스와의 쿠프드프랭스 결승전처럼 중요한 경기에 투입되지 않았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지난 1월 입단한 '조지아의 마라도나' 흐비차 크라바첼리아를 비롯해 우스만 뎀벨레, 데지레 두에, 브래들리 바르콜라, 비티냐, 파비안 루이스, 주앙 네베스 등으로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을 꾸리고 있다. 최근엔 교체 우선 순위에서도 곤살루 하무스, 워렌 자이르-에머리, 세니 마율루에 밀린 모양새다. 2008년 모스크바에서 뛰지 못하고 UCL 우승한 박지성 케이스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우승 의지는 확고하다. 이강인은 29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 시즌 매우 잘 해왔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보람있고, 정말 행복하다. 최선을 다해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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