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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심판, 똑바로 해!'
LA FC는 이미 전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21일 새너제이 어스퀘이크스가 세인트루이스 시티에 1대3으로 패하며 LA FC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MLS는 34라운드로 진행되는 정규리그를 마친 뒤 동부와 서부 콘퍼런스에서 각각 상위 8팀이 참가하는 MLS컵 플레이오프(PO)를 펼친다. 동부와 서부 콘퍼런스에서 각각 7위까지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8~9위는 PO 와일드카드 라운드를 통해 남은 1장의 PO 출전권을 얻는다. PO 1라운드에선 1위-8위(또는 9위), 2위-7위, 3위-6위, 4위-5위가 대결해 4강 및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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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평가다. 손흥민은 22일 솔트레이크전에서 3-5-2 포지션의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의 옆에는 새로운 '영혼의 단짝'이자 '흥부 듀오'로 불리는 데니스 부앙가가 나섰다.
경기 초반에는 LA FC가 고전했다. 전반 14분 만에 브라이언 베라의 중거리 슛이 터지며 LA FC가 0-1로 끌려갔다. 손흥민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중원에서부터 볼 점유율을 내주며 손흥민에게까지 공이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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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손흥민은 능히 개인 실력으로 이런 위기를 깨트릴 만한 팀의 에이스였다. 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부앙가에게 오른발로 리턴 패스를 찔러줬다. 순간적으로 이뤄진 '흥부 듀오'의 2대1 패스는 상대 수비진을 무너트렸고, 부앙가가 오른 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어 손흥민이 직접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2분 뒤 페널티아크 오른쪽 지역에서 데이비드 마르티네스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지체없이 왼발 강슛을 날렸다. 골키퍼가 손 댈 수 없는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결국 손흥민의 전반 추가시간 1골-1도움 활약 덕분에 LA FC는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후반에 2골을 보태 4대1로 완성했다. 팀의 세 번째 골도 손흥민으로부터 비롯됐다. 손흥민이 앤드류 모란에게 리턴 패스를 찔러줬고, 모란은 즉시 부앙가에게 스루 패스를 하며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부앙가는 침착하게 골키퍼를 넘겨 골을 넣었다. 부앙가는 이날 네 번째 골까지 넣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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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후반 39분에 교체 아웃됐다.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운 상황에서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의 체력을 아껴주려 했다. 그런데 손흥민이 제레미 에보비세와 교체돼 나오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대기심을 향해 뭔가를 어필했다. 상당히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였다. 감독이 먼저 말릴 정도였다.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EPL 시절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뛸 때 '젠틀맨'으로 유명했다. 늘 겸손한 태도와 예의바른 인성으로 주목받았다. 불필요한 항의는 거의 하지 않았고,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그런데 MLS에서는 좀 달라진 듯 하다. 심판을 향해 거침없이 불만을 털어놨다. 부심이 손흥민에게 빨리 그라운드에서 나오라고 재촉하며 소리를 친 것에 대항 항의 표시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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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 손흥민이 본격적으로 팀의 에이스이자 MLS의 제왕이 되기 위해 거침없이 불만사항을 표시하게 됐다고 파악된다. 심판진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닌 팀을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미리 작은 일까지 꼼꼼하게 어필해 향후 동료들이 부당한 판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손흥민의 감정 노출은 이런 효과까지 감안한 일종의 기선제압용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강한 자각이 만들어낸 이유있는 변신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