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에 감동' 9기 보내는 정정용 감독 진심 "고맙고도 미안…소속팀 가면 '나' 보란 듯이 잘해라!"

기사입력 2025-10-28 06:30


'손 편지에 감동' 9기 보내는 정정용 감독 진심 "고맙고도 미안…소속팀…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손 편지에 감동' 9기 보내는 정정용 감독 진심 "고맙고도 미안…소속팀…
사진=김천 상무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적으로 만나는 게 많이 겁나긴 하지만…"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이 '애제자' 9기를 떠나 보내며 웃었다. 1년6개월이 흘렀다. 2024년 4월 29일 군입대한 9기 20명이 복무를 마치고 28일 제대한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동경 이동준 등은 유럽 무대를 밟은 에이스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K리그2(2부) 무대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가 많았다. K리그1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유쾌한 반전이었다. 김천은 돌풍의 팀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 K리그1 최종 3위를 기록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이른바 '군 팀' 역사상 최고 순위에 랭크됐다. 올 시즌도 매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27일 현재 K리그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9기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드라마를 썼다. 25일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 3대2,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9기 에이스' 이동경은 올 시즌 리그 34경기에서 13골-11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무대 '커리어하이'는 물론이고, 생애 처음으로 '10(골)-1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그야말로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동준도 부상을 털고 깨어났다. 29경기에서 5골-2도움 '알토란' 모습을 보였다. 박상혁은 제대로 '스텝 업'했다. 올 시즌 리그 33경기에서 10골-2도움을 배달했다. 2021년 강원FC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그만큼 많은 결과물을 남겼다. 골키퍼 이주현은 2019년 부천FC에서 데뷔한 이후 총 10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올해 14경기를 뛰며 제 역할을 해냈다. 김승섭 박찬용 등도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승원 최예훈은 연령별 대표팀 핵심으로도 발전했다.


'손 편지에 감동' 9기 보내는 정정용 감독 진심 "고맙고도 미안…소속팀…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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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이전 기수의 선수들도 정말 잘 해줬지만, 9기는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선수들끼리 잘 뭉치는 것 같았다. 경기장에서 열심히 한 것은 물론이고 생활면에서도 모범적이었다. 그 덕에 부담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밝힐 순 없지만 떠나는 선수 몇 명이 손편지를 써줬다. 21세기, 그것도 2025년에 손편지를 받는 일이 흔한 게 아니다. 정말 놀랐다. 낭만이 있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적으로 만나는 것이 많이 겁난다. 다음 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붙는데 박찬용 김준호 등이 뛸 수도 있다"며 웃었다. 김천은 11월 1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포항과 파이널A 경기를 펼친다.

물론 보내는 마음이 꼭 편한 것만은 아니다. 정 감독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모든 선수가 원하는 만큼 경기에 뛰고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부상이었던 선수도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경우도 있다. 내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모두가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나 보란 듯이 꼭 좋은 모습 보여라.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달라'고 얘기했다. 김천에서의 1년6개월이 꼭 의미있는 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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