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1일 "윤 감독과 인천측이 연장 계약에 관해 큰 틀에서 합의를 마쳤다. 세부 조율을 마치는대로 사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 10월 '하나은행 K리그2 2025' 조기 우승을 확정한 직후 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차려 약 3주간 협상을 벌였다. 인천은 팀을 승격으로 이끌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윤 감독과의 재계약을 '0순위'로 삼았다. 인천 입장에선 윤 감독이 최근 2년간 큰 성과를 내면서 K리그1 복수 구단의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윤 감독과의 재계약은 조건과의 싸움인 동시에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K리그1 정규리그 최종전과 승강 플레이오프 등 일정이 끝나는 12월초가 되면 윤 감독의 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있었다. 윤 감독은 숱한 관심에도 인천 잔류를 최우선 옵션으로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배경하에 협상은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연봉, 계약기간 등 조건에 대한 이견차가 시간이 갈수록 좁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K리그2 최종전을 앞둔 금주 인천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재계약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우승 파티가 벌어지는 충북청주와의 최종전 이후 윤 감독과의 재계약에 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계약은 인천의 도약 의지를 보여준다. 인천은 과거부터 '잔류왕'이라는 별명으로 K리그1에서 불리곤 했는데, 윤 감독은 인천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잔류왕'이란 타이틀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계약 협상에 앞서 '달라진 비전'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다. 윤 감독은 우승 기자회견 당시 "1년 단위가 아닌 장기간 갖고 있는 비전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축구만 비전이 좋고 성적이 좋으면 산업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지역에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번 재계약은 이에 대한 인천의 응답으로 여겨진다.
2024시즌 강원을 준우승으로 이끈 윤 감독은 창단 이래 첫 강등의 아픔을 겪은 인천 지휘봉을 잡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K리그1 올해의 감독 수상자가, 곧바로 K리그2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케이스였다. 어려운 도전이었다. K리그2 승격은 전쟁이다. 어느 팀도 승격, 특히 다이렉트 승격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 감독은 인천에서 해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개막전부터 빠르게 전술이 팀에 녹아들며, 인천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수비 위주의 전술이 돋보였던 팀인 인천은 윤 감독 체제에서 높은 수비 라인, 강하고 체계적인 압박, 위협적인 공격 시퀀스 등이 돋보였다. 1로빈 성적은 무려 11승1무1패, 압도적인 질주였다. 잠시 흔들려도 방향을 잃지 않았다. 결국, 인천은 지난달 경남과의 K리그2 36라운드에서 3대0 완승을 따내며 한 시즌 만에 K리그2 가장 높은 곳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윤 감독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윤 감독은 울산, 세레소 오사카 등 여러 강팀을 맡은 경험도 있지만, 사간 도스 시절 팀의 첫 승격을 이끈 바 있다. 2011년 사간 도스에서 J2(2부리그) 준우승을 차지해 감독 부임 첫 해 만에 구단 역사상 첫 승격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라는 위기에 인천에는 딱 필요했던 인물이었다. 승격으로서 자신의 기량을 다시금 증명했다.
선수 시절 윤 감독은 K리그와 J리그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맹활약했다. 1995년 유공에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그는 최고의 테크니션, '꾀돌이'라는 별명과 함께 팀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곧바로 일본 진출에도 성공했다.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을 입으며 J리그에서도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후 성남, 전북을 거친 그는 사간 도스에서 두 시즌을 보낸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곧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사간 도스 유소년팀 코치를 거쳐, 2011년 사간 도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팀 역사상 첫 승격을 이끈 윤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K리그에서는 2015년 울산을 지휘했다. 2017년 세레소 오사카 지휘봉을 잡으며 J리그로 돌아간 그는 리그컵 우승에 성공했고, 일왕배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J리그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이후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와 J리그2 제프 유나이티드를 거친 그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강원FC 감독직을 맡으면서 K리그로 복귀했다. 강원은 당시 시즌 도중인 6월 최용수 감독과 결별하며 공석이 된 감독직에 윤 감독을 선임했다. 2023시즌 중도에 부임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극적인 잔류를 이끌었다. 2024시즌에는 양민혁 황문기 이상헌 등의 활약과 함께 K리그1 준우승에 성공했다.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한국인 최초로 J리그, K리그 감독상을 석권했다. 윤 감독은 인천에서 우승에 성공하며 '유일무이'한 K리그1, K리그2 감독상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지휘봉을 휘두를 것이 확실시된다. 인천팬엔 더할나위 없는 연말 선물이다. 윤진만 이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