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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은 고별전이 될 가능성이 큰 경기에서도 진심과 열정을 쏟으며 5년만의 더블 우승에 일조했다.
포옛 감독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2025년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을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지난 강원과의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 퇴장 징계 때문이다. 그는 실시간으로 전북이 골을 넣으면 두 팔을 벌려 환호했고, 경기가 안 풀릴 때면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했다. 이승우의 결승골로 팀이 2대1로 승리한 뒤에야 '잇몸 미소'를 발사했다.
이런 분위기를 수습한 건 다름아닌 포옛 감독 본인이었다.
코리아컵 MVP를 수상한 주장 박진섭은 "포옛 감독이 경기장에 오기 전 비디오 미팅에서 5~6분짜리 짧은 영상을 틀어줬다. 그의 선수단의 마음을 건드렸고, 강한 동기부여가 생기게끔 만들었다.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진섭에 따르면, 포옛 사단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른 전북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과정이 담겼다. 박진섭은 "우리가 어떤 아픔, 어떤 행복이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선수들은 마음이 뭉클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든 오늘 결과를 챙겨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우승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선수단과 코치진의 신뢰가 빚어낸 승리였다. 전북 선수들은 전반 추가시간 4분 이동준의 선제득점 후 전북 벤치 앞으로 달려가 이날 대행을 맡은 타노스 수석코치에게 단체로 90도 풀더 인사를 건넸다.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조국 전북 코치는 "그런 걸 하는 줄 전혀 몰랐다. 그런 모습이 올해 전북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감독님을 중심으로 선수와 코치들이 굉장한 신뢰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전북에 입성해 포옛 감독의 장점을 흡수한 정 코치는 포옛 감독이 떠난다면 누구보다 아쉬워할 '1인'. 포옛 감독의 거취에 대해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한 그는 "옆에서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 장점을 많이 흡수했다. 영어도 많이 늘었고, 영어 공부도 많이 했다. 영업 비밀을 잘 간직하면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포옛 감독이 기존 감독과 다른 점에 대해선 "디테일"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5~6분짜리 영상을 준비한 게 '디테일'이다.
박진섭은 타노스 코치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선수를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한 명의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포옛 감독, 타노스, 디에고 코치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상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