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신변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이란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갈림길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그는 호주 정부를 향해 망명을 받아줄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하 한국시각) SNS를 통해 '호주는 이란 여자 국가대표팀이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이란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함으로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총리님, 그렇게 하지 마시라. 망명을 받아주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별도의 글을 올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이 문제를 해결 중'이라며 '이미 5명은 보호 조치가 이뤄졌고 나머지도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는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 돌아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돌아가지 않을 경우 가족들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도 받고 있다. 어쨌든 총리는 이 다소 민감한 상황을 매우 잘 처리하고 있다'고 적었다.
호주는 이날 이란 선수 5명에 대해 망명을 허용했다. 다만 추가 망명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호주에서 열리고 있는 2026년 여자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한국과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한 이란은 호주(0대4 패), 필리핀(0대2 패)도 패하며 탈락이 확정됐다.
AFP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은 것이 이란 내에서 문제가 됐다. 이란 선수들은 호주와의 2차전에선 국가를 부르며 거수경례까지 했다. 필리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일부는 또 침묵했다.
외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에 거주하는 이란 국제 TV 특파원인 알리레자 모헤비는 'BBC'의 제휴사인 'ABC' 뉴스를 통해 선수들이 노래를 부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란 정권과 호주에서 선수들을 경호하는 보안팀이 선수들에게 노래를 부르고 군대식 경례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란 대표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호주에 도착했다.
우려는 현실이었다. 이란 국영 TV 모하마드 레자 샤바지는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행위는 수치심과 애국심 결여의 극치다. 국민과 당국 모두 이들을 단순히 시위하거나 상징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지 말고 전시 반역자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 매체 '쿠라'는 "이란 선수들은 테헤란으로 돌아가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망명 생활을 이어가면 모국에서 가족들이 표적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 연주에 대한 선수들의 항의 시위에서 비롯됐다"며 "이는 이란 정권에 대한 도전이자,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선수들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마르지예 자파리 이란 여자대표팀 감독은 대회 중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전쟁을 원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축구를 하러 여기에 왔다"며 축구에만 집중할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호주 내에서는 선수들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기 전까지 어떤 선수도 추방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청원 운동에 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명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