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평양 내고향여자축구단 수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2시 펼쳐질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아시아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을 앞두고 결전지인 수원종합운동장은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응원하는 걸개로 둘러싸였다.
자주통일평화연대, 평화통일시민행동, 예수살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단체들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평양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의 방문은 환영합니다' '평양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선전을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북한 클럽 팀인 것을 감안해 북측을 상징하는 국호 대신 '평양'을 앞세웠다.
이날 관중석 7000석 중 VIP석 등 초대장을 제외하고 4700석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승전은 랭킹 순으로 홈팀이 도쿄 베르디, 원정팀이 내고향이다. 이에 따라 내고향 응원단은 원정석인 S석에서 응원한다. 통일부가 S석중 2000장을 단체구입했다. 통일부는 이번 대회 남북 공동응원단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오는 민간단체에 남북협력기금 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지난 20일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준결승전에도 티켓 3000장을 단체구입한 바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2일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기왕이면 내고향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공개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원정팀인 '내고향'의 홈 그라운드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홈 응원석인 E석도 도쿄 베르디 응원단과 일반 판매분을 포함해 2600장 정도 판매됐다.
한편 북한 여자축구 최강 클럽 '내고향 여자축구단'의 방남이 남북관계의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 김보미 북한연구실장은 22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이번 사례는 남북 화해의 신호탄이라기보다 국제 스포츠 무대를 매개로 남과 북이 '국가 대 국가' 방식으로 제한적 접촉을 가진 현실적 단면"이라고 봤다.
김 실장은 방남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단의 태도와 북한의 보도 양태 등을 토대로 "남북 화해나 민족 공동체 담론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남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라기보다 국제경기에서 마주하는 별개의 국가로 대하려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냈다"면서 "현재로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거나, 과거 남북관계가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시기에 추진되었던 남북 공동팀 구성이나 대규모 체육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 또한 크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내고향의 방남 소식을 보도하지 않다가 수원FC 위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우리나라 내고향팀 2025~2026년 아시아축구련맹 녀자선수권보유자련맹전 결승경기에 진출'을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우리나라의 내고향팀과 한국의 수원팀 사이의 준결승경기가 20일 한국에서 진행되었다.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속에 후반전에 들어와 먼저 실점을 당하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호상간 협동을 강화하면서 완강한 공격을 들이댔다"면서 최금옥, 김경영의 득점 소식도 전했다. 중앙통신이 내고향의 경기 소식을 전한 것은 대회 8강 베트남 호치민전 3대0 승리 보도(3월29일) 후 53일 만으로, 중앙통신은 한국 민간단체들이 조직한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 등 경기 현장 분위기는 전혀 전하지 않았다. '수원FC 위민'의 팀명도 '수원팀'으로 줄여 썼고, 경기 장소도 수원종합운동장이 아닌 '한국'으로만 표현했다. 노동신문은 사진 속 수원FC 위민 선수들의 엠블럼과 태극기를 흐리게 '블러' 처리해 지면에 게재했다.
리유일 내고향 감독 역시 내고향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 속 승리한 후 '응원이 플레이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격렬한 경기였다. 경기에만 집중하다보니까 의식 못했다. 느낀 점은 이곳 주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같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김보미 북한연구실장은 "당분간 남북관계는 군사적 긴장과 제한적 교류가 병존하는 복합적 양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 후 "북한이 국제규범을 내세워 제한적 접촉 공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변화한 남북관계 현실에 부합하는 대응 방향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