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진정하고 릴랙스해.(Chill, Relax.)"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1일(한국시각) 북중미월드컵 멕시코-남아공의 개막전 전날 아즈테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설화에 휩싸였다. 소말리아 주심 입국 거부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월드컵 비판론자들을 향해 "진정하고 릴랙스하라"며, 대회의 성공을 위해 자신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은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더 강력하게 맞섰어야 했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오직 FIFA의 중재가 있었기에 이란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높은 월드컵 티켓 가격에 대한 비판도 일축했다. 미국의 주요 스포츠 경기 및 콘서트의 기본 티켓 가격과 비교하며 "이는 우리가 책정한 가격이 적절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 심판의 입국이 거부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FIFA가 미국 당국과 협력하기 위해 그 어떤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단언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때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때로는 해결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이벤트를 조직해 왔고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꽤 익숙하다"고 했다.
아르탄 심판이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11시간 동안 심문을 받은 끝에, 고국의 테러리스트들과 연계돼 있다는 미국 관료의 주장으로 추방당한 사건에 대해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노력하고, 토론하고, 대화하며 지켜본다. 때로는 가끔 그냥 진정하고 릴랙스하는 것도 좋다. 즉시 비명을 지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오히려 해결책을 찾는 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항상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우리가 정부를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의 왕'이 아니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는 달이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으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진정하고 릴랙스해(Chill, Relax)"라는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BBC는'결국 자신의 심판 중 한 명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것이나, 이라크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이 시카고 공항에서 입국이 허가되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것이 그에게는 별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이란이 훈련 기지를 멕시코로 옮겨야 했고, 이란 팬들의 티켓이 미국 당국에 의해 전면 취소됐으며, 이란 대표단 구성원들이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 역시 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파행을 겪게 만든 미국 정부의 대회 운영 방식을 규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판하거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프리카 최고의 심판이 출입국 관리소에서 쫓겨난 사건은 그저 '불행한 일'로 치부됐다"며 인판티노의 안이한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인판티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력히 옹호하며, 올해 79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주로 미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월드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는 그저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팬들과 팀 대표단에게도 영향을 미친 비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인판티노 회장은 영국 개최가 유력한 2035년 여자 월드컵으로 화제를 돌렸다. 인판티노 회장은 BBC 기자를 향해 "FIFA가 영국 정부에 누구를 입국시키고 누구를 입국시키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인판티노 회장은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알다시피, 매우 공격적인 세상이며 보안이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면서 "내려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릴랙스하라고 말한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우리가 정부나 경찰력을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의 왕'이 아니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스포츠 단체일 뿐이다. 우리가 가진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모두가 비난한 티켓 가격에 대해 인판티노 회장은 대회 전반에 걸쳐 제공된 50파운드(약 10만원) 짜리 저가 티켓 13만장에 대해 FIFA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우리의 입장권 시작 가격인 50파운드는 미국 스포츠 플레이오프 단계의 그 어떤 입장 가격보다 낮다"라며 "375파운드(약 76만원) 미만인 평균 가격 역시 미국 스포츠 중 가장 낮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이 티켓들을 판매하면 이곳에서 완전히 합법인 암표 시장(리셀 시장)으로 넘어가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 가격이 정확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판티노 회장은 이란의 월드컵 참가 역시 자신과 FIFA의 공이라고 주장하며 비판론에 맞섰다. 현재 이란 대표팀은 멕시코 티후아나로 훈련 기지를 옮긴 상태다. 일각에선 이란 선수단이 경기 당일에만 미국 영토에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고위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간 군사적 긴장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이란이 와서 경기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었던 사람이 나 말고 또 누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란이 경기를 할 때 경기장은 가득 찰 것이며, 사람들이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경기와 팀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란의 참가에 대해 그는 "매우 기쁘다. 지난 3월 사람들이 이란의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할 때 터키로 가서 이란 대표팀을 만났다"며 "내가 직접 버스를 타고 테헤란으로 가서 그들을 이곳까지 태워다 주는 한이 있더라도 꼭 오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이란 선수들의 답변은 '필요하다면 우리가 직접 버스를 몰고 갈 것이다. 우리는 자격을 얻었고 경기하기를 원한다'였다"면서 "이것이 바로 축구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