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판(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왼쪽 측면은 대한민국의 '약한 고리'가 아니었다.
홍명보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4-3(3-4-2-1) 포메이션의 왼쪽 윙백으로 '이을용 아들'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을 깜짝 선발 투입했다.
사전 캠프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첫 해외태생 귀화스타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선발 출전이 점쳐진 만큼 깜짝 결정이었다. 한국의 왼쪽 측면을 책임져야 하는 이태석과 왼쪽 스토퍼 이기혁(강원)은 체코전이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홍 감독은 스리백과 윙백을 포함해 5명의 수비수 중 오른쪽 스토퍼 이한범(미트윌란) 포함 월드컵 미경험자를 과감히 선발 명단에 포함했다.
이태석은 FC서울과 청소년 대표 시절 포백의 레프트백에 최적화된 수비수로 여겨졌다. '스리백 전술의 포백에선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라고 비판도 받았다. 지난 3월 A매치까지 왼쪽 윙백 포지션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태석은 아버지 이을용 전 경남 감독처럼 '실전'에 강한 스타일인걸까. 긴장된 기색없이 후반 24분 엄지성(스완지시티)과 교체될 때까지 자기 능력을 뽐냈다. 날카로운 크로스로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고,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손흥민(LA FC)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줬다.
경합 상황에서도 적극적이었다. 대한축구협회 프로필상 이태석의 신장은 174cm. 이날 선발출전한 선수 중 플레이메이커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함께 가장 키가 작다. 하지만 이태석은 신체적 열세에도 190cm 장신이 즐비한 체코 선수들과의 헤딩 경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체코 에이스 파트리크 시크(레버쿠젠)와도 공중볼 싸움을 벌였다. 이마에 맞추지 못하더라도 일단 점프를 떠 상대가 정확한 헤더를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와 같은 등번호 13번을 단 이태석은 6번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50%에 달하는 3번 공중볼을 따냈다. 체코는 의도적으로 신장이 작은 이태석, 이기혁 쪽으로 공중볼을 붙이려는 의도를 보였는데, 이기혁 역시 6번 공중볼 경합 시도 중 4번 승리했다. 얕잡아보다 큰 코를 다쳤다. 이태석은 양팀을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7번의 '수비 액션'을 선보였다. 클리어링 6번, 태클 1번을 각각 기록했다.
홍명보호는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헤더로 선제실점했지만, 22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이 환상적인 칩샷으로 동점골을 빚었고, 이태석이 교체로 물러난 이후인 후반 35분 오현규(베식타시)의 결승골로 2대1 승리했다.
이태석의 부친인 이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을 통해 월드컵에 데뷔해 환상적인 크로스로 황선홍의 선제골을 도왔다. 부전자전, 두 아들이 월드컵 데뷔전에서 24년 간격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태석은 2019년, U-17 월드컵을 앞두고 '나를 뚫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7년 뒤 이태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윙백으로 16년만의 월드컵 첫 경기 승리를 이끌었다.
사포판(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