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은 축구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메시지를 훼손한다."
'이란의 캡틴' 메흐디 타레미(올림피아코스)의 작심 발언이었다. 마침내 이란 축구가 출격한다. 이란은 16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2026년 북정미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을 치른다.
우여곡절 끝에 서는 무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월드컵 보이콧 카드도 만지작거렸던 이란은 월드컵에 나서기로 했지만, 상황은 계속 꼬였다. 당초 이란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훈련 장소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가까운 멕시코 티후아나로 변경했다. 선수단은 멕시코 입국 전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이후에는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란대표팀은 튀르키예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았다. 그러나 반쪽짜리였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을 비롯해 15명의 대표팀 관계자의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튀르키예 이란대사관은 이날 '방대한 규모의 관리 및 행정 스태프와 기술 고문단의 비자를 거부, 스포츠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개입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대표팀을 향한 의도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또 (FIFA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비자가 발급되지 않은 이란대표팀 스태프들은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동한 뒤 현지에서 미국 비자를 재신청했다. 영국 BBC는 '미국 입국 비자 승인이 거절된 이란 선수단 관계자 15명 중 10명이 전지 훈련지인 멕시코 도착 후 다시 신규 비자 신청서를 작성했고, 이 중 이란축구협회 국제부서 인력 2명과 전력분석원 1명 등 4명만 입국을 승인받았다'고 했다.
선수단은 비자를 받았지만, 이 역시 조건부였다. 멕시코 주재 이란 대사인 아볼파즐 파산디데는 7일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수단이 경기를 치르는 당일에만 미국에 입국했다가, 경기가 끝나면 즉시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타즈 회장도 "전 세계 어디에 국가대표팀이 경기 전날에만 개최국에 입국하도록 허용하는 나라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입국 제한 조처를 "악의와 편파주의, 미숙함, 그리고 불평등의 한 형태"라고 맹비난했다. 튀르키예 주재 이란 대사관 역시 '이란 대표팀에 대한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라고 비판했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 나선 타레미는 "사람들은 월드컵을 기다리며 설렘을 느끼지만 우리는 긴장감부터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에 도착한 순간부터 긴장했다. 긴장감이 있는 대회에선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아름다운 경험을 하기 어렵다"며 "우리만 이러는 게 아니다. 여러 나라가 비자 문제와 훈련 캠프 변경을 겪었다"고 했다.
타레미는 "월드컵에서 느끼는 이런 긴장감은 축구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FIFA의 메시지를 훼손한다"며 "이번 월드컵이 더 좋은 분위기에서 열릴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앞으로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우리는 모든 이란인을 존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축구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축구는 언제나 모든 파벌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감독 역시 "의심의 여지 없이 이런 환경은 축구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축구는 국가와 문화를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 선수들이 전술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