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국제축구연맹(FIFA)의 판단은 '무혐의'였다.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 휴스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년 북중미월드컵 E조 1차전 독일이 퀴라소에 7대1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VAR(비디오 판독) 부심'을 맡았던 숀 에반스 심판의 부적절한 손동작이 도마에 올랐다. 에반스 심판은 경기 시작 전, 최근 월드컵 경기의 관례대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이 장면에서 호주 A-리그 출신 에반스 심판은 손가락으로 거꾸로 된 'OK' 모양을 만들었다.
이 손동작은 극과 극인 두 가지의 뚜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무해한 장난이고, 다른 하나는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y)의 표현이다. 에반스 심판이 한 손동작은 미국의 시트콤 '말콤네 좀 말려줘(Malcolm in the Middle)'에서 유래해 인터넷 밈으로 대중화된 일종의 장난인 '서클 게임(Circle Game)'과도 유사하다. 손을 허리 아래로 내린 채 거꾸로 된 OK 신호를 만들고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손을 바라보게 되면, 그 사람의 어깨를 때릴 수 있는 일종의 장난이다.
그러나 2017년부터 이 거꾸로 OK 제스처는 극우 세력이 소통하는 신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지난 2019년, 이 손동작을 '혐오 심볼(Hate Symbols)' 목록에 추가했다. '우익 성향의 개인들이 소셜 미디어에 해당 포즈를 취한 사진을 게시하는 등, 대중적인 도발(Trolling) 전술'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추측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FIFA도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16일 BBC에 따르면, FIFA는 '징계 규정 위반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반스 심판 역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무의식적이고 반사적인 움직임"이라며 "이번 사건 후 나온 보도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감"이라고 했다. 올해 38세인 에반스 심판은 2017년부터 FIFA 국제심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활약한 베테랑 VAR 심판이다. 2012년부터 호주 A리그 심판으로 활약 중이며, 2019년에는 그랜드 파이널(결승전) 주심을 맡기도 했다.
이번 사태 후 월드컵 중계 카메라를 향하는 심판들의 촬영 각도가 바뀌는 등 후폭풍은 여전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