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주드 벨링엄이 리오넬 메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잉글랜드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4강전에서 1대2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잉글랜드는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곧바로 지키기에 돌입했다.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조던 픽포드의 선방쇼 속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아르헨티나는 후반 40분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드디어 메시의 발끝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메시의 패스를 받은 엔소 페르난데스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픽포드를 뚫었다. 파고들 것처럼 하며 패스를 건넨 메시의 센스가 빛났다.
기세를 탄 아르헨티나가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에도 메시에서 출발했다. 추가시간 메시가 오른쪽에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올라간 순간이었다. 메시는 이날 도움을 추가하며 이번 월드컵 7경기 모두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8골 4도움)를 작성한 것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이다.
메시를 막지 못한 잉글랜드는 또 다시 메이저 잔혹사에 울었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60년 만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꿈꿨지만, 마지막 5분을 버티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이후 준결승만 3번 올랐을 뿐이다. 유로 대회에서도 결승만 두 번 오르고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했다.
눈 앞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친 잉글랜드 선수들을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6골을 기록하며 잉글랜드를 하드캐리했던 벨링엄은 더욱 강한 좌절감을 드러냈다. 벨링엄은 매 경기마다 '헤이 주드'를 열창해주는 팬들을 위해 결승에 오르겠다는 강한 동기부여로 무장돼 있었다. 벨링엄은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충돌하고,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는 등 평소보다 흥분한 모습이었다.
전반에는 메시와 강한 설전까지 벌였다. 벨링엄의 말을 들은 후 메시가 좀처럼 보지 못한 표정을 짓자, 전세계 팬들은 둘이 나눈 대화의 내용에 대해 큰 궁금증을 드러냈다. 몇몇 언론에서 벨링엄이 "메시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윗선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이어 "자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호날두가 너보다 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엄청나게 센 워딩이었다.
하지만 이내 진실이 공개됐다. 벨링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은 파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다들 자기 방식대로 그 장면을 크게 만들겠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며 "나는 조금 전 장면이 파울이라고 생각했고, 그러자 메시는 '그럼 나한테 한 파울은 뭔데?'라고 말했다. 그래서 '너는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선수잖아'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벨링엄은 마지막으로 "메시를 상대로 뛸 수 있었다는 건 영광이다. 그에게 감정이 있었던 건 전혀 아니었요. 물론 내가 패배한 쪽이라 정말 많이 아프지만, 그와 맞붙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