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승부의 세계는 결과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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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 나선 세 명의 외국인 감독 중 가장 불안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명단발표 순간부터 중국 입성 후에도 "중국이 우승후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전 승리가 모든 것을 바꿨다. 중국전을 승리로 이끈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는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은 만족 그 자체였다. 이처럼 환하고 흥분된 슈틸리케 감독을 본 적이 있나 싶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홈팀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했다. 훈련 때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잘싸웠고 선수들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했다. 얘기를 듣고 있는 대표팀 관계자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신사같은 페렝 감독은 자신에게 패인을 돌렸다. 그는 "감독인 내게 분명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거기까지였다. 그 역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말을 돌렸다. 페렝 감독은 "중국과 한국, 일본의 실력차에 대해서도 모두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은 체력, 의지력 등에서 우위를 잘 활용해 중국을 압박했다. 전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못한 점은 유감이다. 막판에 여러 득점기회가 있었지만 아깝게 놓쳤다"고 말했다.
질문이 쏟아지려는 찰나, 마이크가 페렝 감독을 살렸다. 페랭 감독의 마이크에서 큰 하울링이 생겼다. 현장에 있던 진행요원들은 마이크의 문제에 무슨 원인이 있는지 확인한 후 다시 기자회견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마이크는 울고 있었다. 육성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됐지만 중국 기자들은 웬일인지 날선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한숨을 돌렸지만 울려대는 마이크 소리 앞에 놓인 페렝 감독이 처량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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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할릴호지치 감독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플래시가 터지자 사진기자를 노려보는 눈빛에서 예민함이 느껴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북한에 1대2로 역전패했다. 1993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만들어진 이래 일본이 FIFA랭킹 100위권 밖 팀에게 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의 FIFA랭킹은 129위다.
사과 대신 변명이 시작됐다. '실망'이라는 단어를 5번이나 입에 올렸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트레이닝 세션이 한 번뿐이었고,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체력 때문에 졌다"고 했다. 이어 "일본 축구 관계자들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변명이 아니라 내 말이 맞다.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얘기를 들은 일본기자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질문을 위해 여기저기서 손을 들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미디어담당관이 진땀을 흘렸다. 한 일본기자는 자리를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나머지 2경기에서도 지면 어떤 변명을 할지가 궁금하다." 일본은 감독과 취재진 사이에 냉전이 시작됐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