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금융, 적자에도 본사에 배당금만 1조 계획

기사입력 2015-04-02 09:06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최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적자에도 영국 본사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C금융이 본사에 1조원 가량의 배당을 추진했던 문건이 금융감독원에 적발, 국부유출 논란도 일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문제를 두고 정당한 경영활동 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수익이 줄어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만큼 본사에 고배당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현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본사에 대한 지속적인 고배당 정책은 정당한 경영활동이라고 할지라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피아 중심 로비 통한 고배당 검토 문건 적발

1일 금융계에 따르면 SC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영국 본사에 1500억원을 배당했다. 게다가 SC금융은 올해 본사에 3000억원 가량의 배당할 계획도 갖고 있다. SC금융은 지난해 794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은행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율도 15.87%로 전년 대비 0.81% 떨어졌다. 주력사인 SC은행의 적자폭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C은행은 지난해 64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SC금융이 1500억원 가량의 본사 배당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SC금융은 지난해 실적악화를 근거로 내세우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SC은행의 44개 영업점을 폐쇄한 바 있다. 2013년 17개 점포를 폐쇄한 것까지 더하면 총 폐쇄된 영업점은 61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15년 이상 근속한 2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영국 본사에 대한 배당만큼은 예외인 것.

SC금융은 구조조정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섰던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2012년 당기순이익이 1947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절반 가량 줄었지만 배당금은 2011년 810억원에서 2012년 1200억원으로 늘렸다. 당초 3000억원의 배당을 추진하다 금융당국 제지로 1200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의 경우 적자에도 1500억원을 배당한 것을 더하면 실적과 배당금이 반비례 하고 있는 것.

주목해야 할 점은 SC금융이 지난해 1조원대의 배당금을 본사에 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관피아를 중심으로 로비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등의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SC금융이 1조원대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을 확보해 고배당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자 1500억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는 후문이다.

SC금융 관계자는 고배당 논란과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SC은행 관계자는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SC금융지주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시중 은행보다 높은 편"이라며 "1500억원의 배당 책정은 지난해 실적 발표 전 실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당은 회계상 그해 실적과 상관이 없다"며 "사업을 해오면서 누적해서 쌓인 누적 이익잉여금으로 한 것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 지난해 연봉 27억원 업계 최고


SC금융이 적자에도, 본사에 대한 배당금만큼 너그러웠던 부분은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와중인 지난해 초 퇴임한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은 급여와 상여금, 복리비용 등 명목으로 총 27억원을 받았다. 금융권 CEO 연봉 중 최고 금액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 일각에선 금융사의 과도한 배당이나 CEO 보수 책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주주의 배만 불리고 임직원의 고통을 강요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일반 기업과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며 "감독기관 등에서 배당의 적절성을 따지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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