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최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적자에도 영국 본사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C금융이 본사에 1조원 가량의 배당을 추진했던 문건이 금융감독원에 적발, 국부유출 논란도 일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문제를 두고 정당한 경영활동 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수익이 줄어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만큼 본사에 고배당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현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본사에 대한 지속적인 고배당 정책은 정당한 경영활동이라고 할지라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C금융은 지난해 실적악화를 근거로 내세우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SC은행의 44개 영업점을 폐쇄한 바 있다. 2013년 17개 점포를 폐쇄한 것까지 더하면 총 폐쇄된 영업점은 61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15년 이상 근속한 2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영국 본사에 대한 배당만큼은 예외인 것.
SC금융 관계자는 고배당 논란과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SC은행 관계자는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SC금융지주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시중 은행보다 높은 편"이라며 "1500억원의 배당 책정은 지난해 실적 발표 전 실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당은 회계상 그해 실적과 상관이 없다"며 "사업을 해오면서 누적해서 쌓인 누적 이익잉여금으로 한 것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 지난해 연봉 27억원 업계 최고
SC금융이 적자에도, 본사에 대한 배당금만큼 너그러웠던 부분은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와중인 지난해 초 퇴임한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은 급여와 상여금, 복리비용 등 명목으로 총 27억원을 받았다. 금융권 CEO 연봉 중 최고 금액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 일각에선 금융사의 과도한 배당이나 CEO 보수 책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주주의 배만 불리고 임직원의 고통을 강요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일반 기업과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며 "감독기관 등에서 배당의 적절성을 따지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