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KDB산업은행이 잇따라 '특혜·부실 대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 초 포스코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특혜 인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산업은행이 지난 2010년 시세보다 싼 값에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을 넘겨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돌려받지 못한 대출금 규모가 3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1.29%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0.39%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3.3배 상승한 것이다.
무수익여신 또한 급증세다. 무수익여신은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는 부실채권 등 말 그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채권을 뜻한다. 지난 3월 말 무수익여신은 2조5486억원으로 올 들어 3개월 만에 19%(4064억원) 증가했다. 지난 2013년 말 1조원대에 비하면 83% 늘어난 규모다. 무수익여신 비율도 2010년 0.78%에서 2012년 1.15%로 높아진 데 이어 올 1분기엔 2.05%를 기록했다.
이처럼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기업대출 심사를 제대로 못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2012년 이후 STX나 동부 등 대기업들의 업황 부진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시세 보다 싼 가격에 넘긴 이유는…
또한 산업은행은 '포스코 비리 의혹'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과 관련해 3일 산업은행을 전격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2010년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와 관련해, 산업은행에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하기 직전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 446만주를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이 소유한 유영금속에 주당 9600원에 팔았다. 포스코의 인수로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넘긴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이 매각으로 최대 69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고, 관련 직원들은 징계를 받았다.
전정도 당시 회장은 산업은행과의 거래 6일 뒤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보다 비싼 주당 1만6000원에 포스코에 넘겼다. 이때 전정도 전 회장이 챙긴 차익은 무려 350억원에 달한다.
같은 날 미래에셋 역시 성진지오텍 주식 794만주를 주당 1만1000원에 포스코에 팔았다. 당시 부채 비율이 1600%를 넘어가는 등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옛 성진지오텍의 주가는 8270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당시 부실이 심각했던 성진지오텍을 포스코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산업은행의 신주인수권 매각에 당시 정치권 등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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