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분쟁 여전…"장기 우울증 인한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

기사입력 2016-03-01 17:54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했다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년 4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자살한 A씨(23·여) 사례에 대해 보험사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A씨는 2005년 1월 일반사망보험에 더해 재해로 사망하면 3500만 원을 별도로 받는 재해보장특약에 가입했다. 당시 우울증세로 1년 4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던 정씨는 2007년 2월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유족은 보험사 측에 재해보장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보험사 측은 '정신질환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에 대해 "A씨가 1년 4개월간 우울증세로 치료를 받아오는 등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재해'에 해당한다"며 보험사에 재해사망보험금 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소비자와 보험사 간 잦은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자살보험금' 관련 2012~2015년 상담사례 247건의 분석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담사례 중 보험금 지급거절 또는 과소지급 등 '보험금 지급' 관련 상담이 72.9%(180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보험모집 설명의무 미흡'과 '계약성립 및 효력 관련'이 각각 5.3%(13건), '고지의무 관련' 1.6%(4건)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접수한 피해구제 신청 43건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 자살'인 경우 고객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요구는 79.1%로 높았지만 보험사의 합의율은 18.2%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도개선과 관련 당국의 감독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이와 함께 재해사망보험의 '가입 2년 후 자살' 규정과 관련해서도 약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국내 보험사들은 2010년 표준약관 제정 이전에는 재해사망보험 약관에 기본적으로 자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주지 않지만, '가입 2년 후 자살'인 경우에는 보험금을 준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 약관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어 재정 부담이 우려되자 현재는 재해사망보험 특약에 이 부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원이 국내 생명보험사 21개의 보험약관과 상품요약서(2015년 판매기준)를 분석한 결과, 재해사망보험 규정에서 '가입 2년 후 자살'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규정이 있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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