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구조조정을 앞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사채잔액(회사채 신속인수제·영구채 포함)이 모두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돼 두 회사 채권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이 각각 8040억원과 7000억원 수준이다.
한진해운 역시 공모채로 4500억원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8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2012년 200억원의 영구채와 2013년 1300억원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한진해운도 2014년 12월 1960억원의 교환사채와 2250만 달러의 해외변동금리부 사채를 팔았다.
올해 2월에도 22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매각했다.
이들 비협약 채권은 산업은행,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사(펀드), 신용보증기금, 개인투자자, 해외 기관 등이 손에 쥐고 있다.
당장 올해 만기 대상인 현대상선 3600억원과 한진해운 2210억원의 사채가 채무 재조정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현재 현대상선 공모 사채는 신용협동조합과 농협 단위조합 등 제2금융권 기관이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지난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채권단은 내달 말부터 6월 사이에 열릴 집회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 만기연장 등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계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그동안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법정관리로 가면 변제율이 거의 0%에 가까울 것"이라며 "이에따라 투자자들이 한 푼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이같은 분석이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수 년째 적자를 내는 등 경영악화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회사채를 팔았다는 비난과 함께 금융기관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회사채·기업어음(CP) 피해 규모가 1조원을 웃돈 동양사태가 터진 지 3년도 안 된 만큼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여기에 해당 기업 오너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의 최은영 전 회장 일가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 전 회장과 두 자녀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내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20일까지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 움직임을 사전에 알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은 최 전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이 지배하는 유수홀딩스 측은 한진그룹과 계열분리 신청을 하면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식을 처분해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