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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월 7일)가 절기상 입동(立冬)이었으니 이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맘때쯤이면 미식가들이 열광하는 별미가 있다. 부드러운 육질이 무슨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횟감, 바로 삼치회다.
서유구의 '난호어묵지'에 실린 삼치에 대한 일화다.
-삼남지방에 내려온 한 관찰사가 삼치의 맛이 너무 좋아 그 맛을 보라고 정승에게 보냈으나 지방질이 많은 삼치가 운반 도중 상해버렸고, 썩은 생선을 받은 정승이 몹시 화가 나 관찰사를 좌천시켰다. 그 후 사대부들은 삼치를 '벼슬길에서 멀어지는 식품'이라 하여 먹는 것을 기피하며 '망어(亡魚)'라고 불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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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회는 먹는 방법도 조금 다르다. 초고추장 대신 간장소스를 찍어 먹는다. 고소한 간장소스는 간장에 실파, 고춧가루, 깨, 참기름 등을 섞어 그 맛이 짭짤 고소하다. 완도 토박이들은 삼치 회를 주로 마른 김에 싸서 먹는다. 싱싱한 삼치회 한 점을 간장소스에 찍어 막된장, 마늘, 묵은지 등과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밥한 술을 얹으면 '세상에 이처럼 맛난 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산지에서 맛보는 삼치구이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서울의 생선구이 전문점 삼치가 제 아무리 싱싱하다 해도 완도-제주도 산지에서 대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삼치는 비교적 저렴한 횟감이다. 요즘 한참 물이 오른 도미보다 가격이 싸다. 삼치회(4만~6만 원)와 구이, 식사를 함께 해도 서넛이서 10만 원선이면 흡족하게 먹을 수 있다.
11월의 완도는 알록달록 늦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만추의 풍광이 운치있다. 특히 고산 윤선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보길도 세연정이며, 느릿한 여정이 매력 있는 청산도, 장보고 장군의 유적지 청해진 등 주변 볼거리도 쏠쏠하다. 마침 보길도는 싱싱한 전복의 주산지로 생전복을 두툼하게 한 접시 썰어 놓고 그 풍미도 온전히 맛볼 수 있으니 초겨울 이만한 미식기행지가 또 없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