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식음료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매출원가율 하락에도, 제품가격을 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식품 대기업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국정 공백기를 틈타 소비자를 속이고 가격을 올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제품가격을 올린 주요 식품업체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체 주장과 달리 2곳을 제외한 나머지 8곳의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원가율이 55.4%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들 8개 업체는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음에도 가격을 올린 셈이다.
업체별로는 농심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매출원가율이 67.8%로 1년 전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졌으며, 삼양식품도 74.4%로 1년 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두 업체는 지난해 12월과 올 5월에 라면 가격을 각각 5.5% 인상했다.
이어 오비맥주(40.0%), 하이트진로(56.4%), 코카콜라음료(54.9%), 롯데칠성음료(56.3%) 등의 매출원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포인트, 0.6%포인트, 1.4%포인트, 1.0%포인트 떨어졌음에도 맥주, 탄산음료 등의 가격을 되레 5~7.5%씩 올렸다.
최근 잇단 치킨값 '기습 인상'으로 논란이 된 BBQ도 매출원가율이 63.3%에서 62.8%로 떨어졌으나 가격 인상으로 '치킨 2만원 시대'를 열었고, CJ푸드빌도 매출원가율이 0.8%포인트(45.1%→44.3%) 떨어졌지만 빙수와 빙과류 값을 올리며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반면, SPC삼립과 동원F&B의 경우 매출원가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SPC삼립은 지난해 12월 빵류 81개 품목과 케이크의 제품 가격을 6.6% 올렸는데, 매출원가율도 77.5%에서 80.9%로 3.4%포인트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F&B 역시 매출원가율이 72.2%에서 73.9%로 1.7%포인트 올랐고, 이를 이유로 올 1월 참치캔 가격을 5.1% 인상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이들 식품 대기업은 몇 년째 가격 동결을 한만큼 최근 다소 올렸다는 주장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국정 공백기를 틈타 소비자를 속이고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