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보다 큰 세계에 비유하면 개미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약 20여년 전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소설 '개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같은 개미들을 집안에서 키우며 군체 활동을 직접 관찰하고 재미와 정보를 나누는 동호회가 있다. 바로 '개미마을(ANT VILLAGE)'이다.
동호회로부터 개미 사육의 묘미와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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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00만년 전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개미는 전 세계에 1만500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약 136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주로 땅속이나 고목 등에서 서식하고 있다.
개미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른데 여왕개미는 5~10년, 수개미는 약 6개월, 일개미와 병정개미는 약 1년 정도다. 다만 실내에서 키울 땐 수명이 좀 더 짧아질 수 있다.
개미는 집단생활을 통한 사회성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생식계급인 여왕개미와 수개미, 불임 노동계급인 일개미(병정개미도 포함)로 구분된다.
보통 여왕개미 한 마리에 여러 개미들이 집단을 이루는 것을 '군체'라고 부르는데 수백에서 수천 마리로 하나의 사회를 구성한다.
평생 수천~수십만 개의 알을 낳는 여왕개미는 여러 수개미와 동시에 교미를 하는데 '개미국가'의 크기를 감안해 알의 수를 조절한다. 즉, 환경에 따라 군체를 키우고 싶을 땐 알을 많이 생산하고 그 반대일 땐 적게 낳는 것이다.
산란능력이 떨어진 여왕개미는 군체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는 이른바 '숙청'을 겪는다.
이때 공주개미(미수정 여왕개미)는 수개미와 교미를 통해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한다. 평상시 먹고 놀기만 하는 수개미들은 여왕개미나 공주개미와의 교미만을 목적으로 하는 계급이다.
교미 후 수개미들은 죽게 되는데, 어찌 보면 마지막 '한방'을 위해 사는 삶이다.
병정개미는 다른 군체의 개미와 전쟁이나 여왕개미를 호위하며, 일개미는 최하위 노동계급으로 먹이 수집, 집짓기, 애벌레 부양 등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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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시작된 '개미마을'은 개미사육에 대한 정보 공유, 같은 취미를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공간이다.
현재 전국에 약 9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주 연령층은 10~20대, 남녀 성비는 아무래도 곤충이다 보니 9대1 정도로 남성 회원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동호회는 1년에 한차례 정도 정기모임을 갖는데 지역별 '번개모임'은 수시로 활성화돼 있다.
혐오까지야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징그럽다고 여기기도 하는 개미를 이들은 왜 키우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회원들은 대부분 개미의 사회성을 꼽는다.
수 천 마리의 개미를 키우고 있는 김승윤씨(학생)는 "군체를 늘려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미가 이루는 집단생활은 계층 간 역할이 뚜렷해 인간 사회의 한 축소판이다"면서 "특히 먹이 습득이나 집을 만들 때 개미들이 서로 협동하는 모습을 보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동호회 스텝인 이강현씨(학생)는 "어릴 때 사슴벌레를 키웠는데, 좀 더 활동적인 곤충을 찾다가 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회원은 "어린 자녀와 개미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서안정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도 있다"며 개미 키우기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밖에 "소설 '개미'를 읽고 호기심을 갖고 키우기 시작했다", "생명공학 관련 전공을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등 이유도 다양했다.
개미의 사육환경은 약 섭씨 20~30도를 유지해주고 먹이는 1주일에 2~3회 준다.
주로 꿀, 설탕물, 계란노른자 등을 잘 섞어서 먹이기도 하고 밀웜(애벌레)이나 다른 곤충을 잡아 생먹이로 주기도 한다.
개미는 보통 분양과 채집을 통해 키우기 시작한다. 해외 개미는 반입금지 품목이기에 국내 토종개미들로만 이뤄진다.
분양땐 군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작은 군체는 수만 원, 1000마리 이상의 큰 군체는 10만~3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대개는 처음부터 키우는 재미 때문에 작은 군체를 선호한다.
개미 입양·분양시에는 여왕개미, 일개미, 애벌레, 고치 등의 분포 비율이 고려된다. 적당하게 비율이 분포될수록 건강한 군체로 여겨지기 때문.
채집은 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산이나 들에서 하는데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1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여왕개미가 포함된 하나의 군체를 통째로 잡아오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회원들은 설명했다.
일부 회원은 아예 섬으로 가서 2박3일 머물면서 채집하는 경우도 있다.
채집 시에는 죽은 나무를 쪼개보거나 돌을 뒤집어 본다. 이때 약 1미터까지 땅을 파기도 하는데 간혹 뱀이나 땅벌 등 기타 곤충들의 공격을 받아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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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회원들은 자신이 키우던 개미가 죽으면 슬픔도 나눈다.
온라인 카페 게시판내 '추모공원'에 개미의 사진을 올려 추모하는 것.
이때 다른 회원들은 '삼가 고충(故蟲)의 명복을 빈다', '위로 드린다' 등의 글을 남긴다. 또한 '의문사'했을 경우엔 회원들 간 사육의 문제점 등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개미를 키우다보면 간혹 '집단 탈출'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회원은 "개미 여러 마리가 도망간 뒤 행방을 몰랐는데 수 개월 후 책에서 살아있는 채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원은 "청소기를 돌리다가 방구석에 숨어있던 여러 마리를 학살시키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개미탈출을 방지하기 위한 회원들의 비법도 있다.
사육장 안쪽 벽에 식용유나 올리브유, 바셀린 등을 발라 개미들이 미끄러지게 한다는 것.
간혹 일부 회원은 새로운 사육장에 개미를 옮길 때 '냉동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살아있는 개미를 일일이 이동시키는 게 쉽지않기 때문에 개미들을 냉장고에서 잠깐동안 기절시킨 뒤 통째로 이사 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고생에도 회원들은 개미를 키우는 것이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개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필요없고 기다려주면 개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사회를 잘꾸려가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키울 수 있다"면서 "초기에 비용이 적게 드는 점도 장점이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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