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이 1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수 상위 그룹의 매출·이익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됐으나 추세로 굳어질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에스케이(22조4000억원↓), 삼성(13조8000억원↓), 지에스(5조5000억원)의 매출은 급감했다. 이들 모두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매출 부진의 요인으로 꼽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 당기순이익도 1년 전보다 48%(92조5000억원→48조원) 적었다. 같은 기간 평균 당기순이익도 50%(1조6000억원→8000억원) 줄었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연도별순이익은 ▲2015년 49조5000억원 ▲2016년 53조8000억원 ▲2017년 100조2000억원 ▲2018년 92조5000억원 ▲2019년 48조원 등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3조8000억원↑), 두산(1조3000억원↑), 포스코(8000억원↑)의 경우 순이익이 오히려 증가했다. 두산 그룹의 경우 ㈜두산의 면세사업 부문 매각 등에 따른 것이고, 포스코의 이익 증가는 자산손상 차손이 줄어든 데다 사업설비 처분 이익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자산 10조원 이상 3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만 따로 보면, 집단별 평균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3%(38조4000억원→37조5000억원), 52%(2조5000억원→1조2000억원) 줄었다.
기업집단 간 경영실적 격차는 삼성, 에스케이, 엘지 등 최상위 기업집단들의 이익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다소 좁혀졌다.
상위 5개 기업집단의 자산, 매출, 순이익은 전체 64개 기업집단의 52.6%, 55.7%, 68.5%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과 2018년 지정된 기업집단들 사이에서 5대 그룹의 자산·매출·순이익 비중이 각각 54%·57.1%·72.2%, 53.4%·56,7%·67.2%였던 것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자산 규모 대비 경영 성과에서도, 단위당 매출은 자산기준 상위 집단(34개)에서 많았으나, 단위당 당기 순이익에서는 하위집단(30개)이 오히려 우위를 보였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5대 그룹 쏠림 현상이 완화됐으나, 일시적인지 추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완화는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 상위 집단의 주력 업종 불황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앞으로 업황에 따라서 5대 그룹 쏠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3년 주기로 발표하던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을 해마다 발표할 예정이며, 정보 공개 대상 확대·분석기법의 고도화 등을 통해 보다 양질의 정보를 시장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3일 기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은 64개로, 지난해에 비해 5개 증가했다. 소속회사 수는 2019년(2103개) 대비 181개 늘어난 2284개로 집계됐다.
올해 지정 대상 중에서는 IMM인베스트먼스가 사모펀드(PEF)로서는 처음으로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이밖에 HMM(구 현대상선, 자산총액 6조5000억원), 장금상선(6조4000억원), KG(5조3000억원), 삼양(5조1000억원) 등도 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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