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숙박 중개플랫폼' 야놀자와 제휴 점주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수수료와 광고료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숙박업 점주들은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10~15%에 달하는 야놀자의 수수료에 비하면 논란이 됐던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5.8%)는 애교 수준"이라며 "수수료뿐 아니라 최대 300만원에 달하는 광고비까지 내려면 등골이 절로 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제휴 점주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1인 시위가 경기도청에서 진행됐는가 하면, 관련 단체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비싼 광고비로 경쟁 유발" vs "광고 상품은 점주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숙박업주·야놀자 간 갈등 점화에 1인시위까지 이어져
서울 서대문구에서 20년째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51)는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매출이 70% 가량 줄었다. 수십년째 이곳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인건비를 줄이고자 직원들을 내보낼 수 없을 뿐더러 이미 최소 인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현재 이용하고 있는 숙박중개 플랫폼 '야놀자'의 수수료 및 광고 체계에 대해 부담감을 호소했다.
A씨는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로 난리가 났을 때 우리 업계 사람들은 솔직히 좀 비웃었다. 아무리 업종이 다르다지만, 야놀자의 수수료도 결코 만만치 않다"며 "야놀자에 가입한 많은 영세업체들이 수수료에 광고비까지 고민하느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상당수 이용객이 야놀자를 통해 예약을 하기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야놀자의 시스템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야놀자가 숙박업소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10~15%다. 최근 주문 건당 5.8%(약 3.3% 결제대행수수료 제외)의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배달의 민족 수수료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수치인 것은 분명다. 여기에 수수료와는 별도로 책정되는 광고비는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에 달한다.
현재 예약을 원하는 사람이 야놀자 앱에 들어간 뒤, 지역을 선택하고 카테고리에서 모텔을 고르면 광고상품 중 리스트형인 '프리미엄', '스페셜', '베스트', '라이트' 등의 순으로 뜬다. 대부분의 예약자들이 눈에 가장 먼저 띄는 숙소를 고르므로, 회원사 입장에선 당연히 좋은 조건 또는 위치의 광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A씨는 "이 중 가장 저렴한 광고인 '라이트' 광고상품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확인할 수 있다"며 "그보다 제일 위에 떠 있는 '프리미엄'상품 또는 배너형 등 다른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숙박업체 입장에선 인근 업체보다 더 눈에 띄는 광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야놀자를 향한 숙박업주들의 항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숙박예약 어플사의 독과점을 악용한 횡포를 시정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고액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광고 노출에 어려움을 겪고 매출 하락과 함께 존립의 위기까지 느끼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서민과 자영업자가 공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한 숙박업 종사자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경기도청 앞에서 '이재명 지사님 영세숙박업주들도 좀 살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또한 야놀자가 숙박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야놀자 측은 "야놀자의 광고상품은 리스트형·배너형 단일 상품과 나머지는 모두 세부 구성에 따른 결합형으로 더 다양하다"며 "광고 상품의 선택은 점주의 선호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경쟁을 조장할 수도 없고, 조장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1급지(최고 상권)에서 사용 가능한 300만원의 최고가 상품을 이용하는 제휴점은 5% 수준으로, 다수의 제휴점이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가격대의 광고상품을 이용하고 있다"며 "동일한 광고상품을 이용할 경우에는 평점, 후기 등 별도의 기준에 따라 노출 순위가 결정돼 추가 부담금도 없다"고 전했다. 또한 메인 페이지(앱에 들어갔을때 보는 첫 화면)를 광고로 활용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야놀자는 메인 페이지를 자체 마케팅 비용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기획전 등을 통해 홍보가 필요한 지역과 영세업체를 노출한다고 강조했다.
▶야놀자 "중소형 호텔 최소 광고비 50% 이상 인하" 한다지만 실효성은 '글쎄'
야놀자는 지난해 국내 및 글로벌 사업 포함 전체 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최근 5년간 연 평균 70%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야놀자는 지난 2016년 호텔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레저 플랫폼 레저큐, 게스트하우스 플랫폼 프렌트립, 펜션 예약 서비스 우리펜션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2위 객실관리시스템(PMS) 기업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는 등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영세 숙박업소들은 물론 숙박업 관련 업체들까지도 몸집이 커질대로 커진 야놀자의 입김에서 자유로와지기 어려울 것"고 비판했다.
반면 이에 대해 야놀자는 "코로나19로 우리도 어렵지만,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숙박 플랫폼 업계에서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야놀자는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놀자가 이번에 내놓은 지원책마저 '알맹이' 빠진,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야놀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5월부터 중소형 호텔 제휴점 대상 최소 광고비를 50% 이상 인하하고, 지역 및 상권에 따라 최대 90%까지 추가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신규 제휴점의 경우 초기 2개월 간 기존 제휴점 대비 50%의 수수료 인하 혜택 등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야놀자와 새로 제휴를 맺는 숙박업소들은 많이 없다"며 "광고비 삭감은 20만원대로 알려진 최저 상품에 대해서만 진행하면서 전체 광고비를 인하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놀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 호텔(야놀자 기준 모텔) 중 야놀자를 이용하고 있는 업체는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호텔이나 펜션 등 대다수의 제휴점들은 삭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많은 점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2월 야놀자가 대구, 경북, 제주 지역의 전 제휴점을 대상으로 내놓은 3월 광고비를 전액 환급하는 정책도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광고비의 환급이 현금이 아닌 포인트로 진행돼 광고비로만 사용할 수 있어 진정한 광고비 삭감 정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야놀자 측은 "현재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 유치와 사태 안정화 이후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플랫폼 입점을 원하는 신규 업체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포인트 환급은 해당 업체들의 광고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 파악하고 여행객이 몰리는 성수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9년 국감에서는 숙박앱 수수료 갑질 의혹과 관련해 야놀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야놀자가 숙박업계로부터 수수료를 과하게 부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과점업체로서 숙박업소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숙박업계 관계자 또한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내 숙박앱 1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야놀자 제휴 숙박업체들의 도움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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