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수수료율 개편으로 센터장과 갈등 빚는 대교그룹, 미미한 M&A 성적표에 첫 적자 전환까지 '삼중고'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1-03-23 14:44


대교그룹(이하 대교)이 새롭게 수수료율을 책정한 '신 운영체계안'으로 위탁 고용중인 학습지 센터장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는 사업성 강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 중 하나라는 입장이지만, 교육센터 운영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회사를 있게 한 노력에 대한 대가가 이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교는 공격적으로 투자?던 M&A를 아직까지 큰 매출로 이어가지는 못한 상태이고, 코로나19 여파로 30여년 만인 지난해 영업손실 28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7년간 회사를 이끈 박수완 대표이사 사임 이후 대표이사 직무대행직을 맡은 창업주 강영중 회장의 장남 강호준 최고전략책임자 해외사업총괄본부장(상무)은 그간 해외사업을 주로 맡아 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때문에 그간의 부진한 실적을 딛고 확실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국내 굴지 학습지회사로 우뚝 서게 만든 센터장 헌신과 노력 잊어선 안돼"

대교가 운영하는 보습학원 '눈높이러닝센터' 센터장들은 지난 2월 이후 회사의 일방적 '신 운영체계안''을 공지한 것과 관련 철회를 촉구하고, 새롭게 노조에 가입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대교는 지난 1월 12일 신 운영체계안을 발표했다. 회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러닝센터 진단·분류작업을 진행하고 기존 수수료제도를 개편해 센터 사업성 강화 및 운영 전문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일각에서 신 운영체계는 사실상 센터장들의 수입 30% 가량을 삭감시키는 정책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들은 새로운 운영체계안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면 수입이 현재의 월 190만원 수준에서 12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월 23일 '눈높이러닝센터장들을 회사의 갑질에서 지켜주세요!!'라는 글에서 청원인은 "코로나19에도 센터를 지켜왔지만, 사측은 신 운영체계안 발표로 희망을 꺾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45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학습지 기업으로 큰 성장을 이끈 성과는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취약계층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악의적인 회사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회사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센터장들에게 사실상 직접적 업무지시를 내리며 관리감독을 해 오고 있다고도 밝혔다.

실제 서울 송파구에서 학습센터를 운영 중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센터 운영을 자율적으로 맡겼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고정적인 출퇴근 시간이 있고, 이른 퇴근을 하려면 본사 소속 직원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또 본사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진행하고 내부 자료를 작성한다. 이것이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말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노동조합 대교지부 지부장은 "회사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며 신 운영체계 도입을 5월 이후로 유보했지만,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추후에는 신 운영체계안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 관계자는 "신 운영체계안을 발표한 것은 맞지만, 시행은 하고 있지 않다"면서 "센터장 개인이 수수료를 비교·검토한 뒤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들의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센터장은 위탁 사업자로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주력 사업 타격에 미미한 M&A 성과까지 어려움 직면한 대교…오너가 장남 강호준 상무, 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혼란한 회사 안팎의 상황은 박수완 대교 대표이사 사임 직후 사령탑에 앉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교 최고전략책임(CSO) 상무에게 있어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교는 여러 어러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눈높이 러닝센터와 방문 학습지 등 주력 사업에 극심한 타격을 입은 것이 제일 크다. 이와 함께 2018년부터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총 780억원을 들여 인수한 아동 놀이업체 '트니트니'와 학원 관리 서비스 기업 '에듀베이션'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020년까지 트니트니는 순손실 36여억원을 기록했다. 에듀베이션의 2020년 순손실액은 4억9900만원이다.

지난해 대교 매출액은 직전연도 대비 17.7% 감소한 62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액은 286억원에 달한다. 이는 1986년 '대교문화'라는 이름 아래 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34년여 만의 첫 적자 전환이다.

이 같은 어려움 속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 된 강호준 상무는 해외사업부를 줄곧 맡아 왔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 이렇다 할 명확한 성과를 보인 적은 없다는 평을 받는다.

해외사업 수장을 맡은 첫 해인 2014년 해외사업 부문은 4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지난 5년간 해외 사업 부문의 누적 순손실은 212억원에 달한다. 대교 내 10여곳의 해외 계열회사 중 대교아메리카를 제외한 대교홍콩, 대교말레이시아, 대교인도네시아 등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 적자 전환과 내부 마찰 등 여러 문제가 불거져나오는 상황에서 그룹 지휘봉을 잡아 빠른 경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오너가 2세 강호준 상무의 어깨는 매우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998년 3월 창업주 강영중 회장이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은 이후 24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만큼,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회사 측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라면서 "오는 26일 차기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 등으로 다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주력사업의 실적 회복 없이는 장기적인 그룹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주력 사업의 핵심 재원이라 볼 수 있는 센터장들과의 마찰 해결을 주요 과제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