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록 말소, 영업정지 1년.'
처분만 남았다. 문제는 수위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광주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에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최종 판단은 서울시의 몫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등록 말소를 요구한 것이란 게 건설업계의 판단이다. 정부가 부실시공을 이유로 등록 말소를 요청한 것은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 시공사 동아건설(1997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는 6개월 내 최종 처분을 결정할 전망이다. 국토부의 강경한 처벌 의지에 따라 광주에서 잇달아 대형 붕괴사고를 내 등록말소 위기에 몰린 현대산업개발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등록 말소가 이뤄질 경우 사실상 건설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현대산업개발이 등록 말소나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을 받아도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 공사는 끝까지 마무리되고, 이미 수주한 사업도 공사는 진행된다.
그러나 등록 말소가 결정되면 향후 건설업 유지가 사실상 힘들다. 5년 뒤 새로운 회사로 건설업 재등록을 할 수 있지만, 현대산업개발로 쌓아온 실적은 모두 없어진다. 실적이 없어진 만큼 공공분야나 민간분야의 건설사업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도급순위 9위를 기록한 곳이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영업정지 1년 제재를 받아도 경우 등록 말소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토부는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4구역 참사와 관련해 서울시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두 사건의 처분이 더해지면 최소 1년 8개월간 신규사업 수주가 불가능하다.
연이은 재개발 수주, 기업 부담 확대 전망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사고와 지난 1월 광주 붕괴 사고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지만 지난 2월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권을 따냈다. 올해 들어 경기도 안양 관양헌대 재건축 사업권 확보에 이어 두 번째다. 두 단지의 수주금액은 7000억원 규모다. 현대산업개발은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공사비를 확정하고, 보수 기간 확대, 이주비 확대 등이다. 사실상 비용 증가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수익성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이같은 움직임은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처분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 영업 정지가 처분을 받게 될 경우 매출 기존 일감을 바탕으로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그러나 최근 국토부가 등록 말소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영업정지를 대비했던 재건축 수주가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현대산업개발이 등록 말소 처분이 내려질 경우 처분취소소송을 낼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상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처벌받는 입장에서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