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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출연 언제하나? 김병주 MBK 회장 향한 싸늘한 시선…홈플러스 노조 "사회적 압박 따른 임시방편" 비난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3-18 12:11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를 이끄는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 의사를 밝혔다. 자금난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이례적 조치다. MBK는 홈플러스의 대주주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수장이 투자 기업의 경영에 책임지기 위해 재정 지원에 나서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김 회장이 결단에도 홈플러스 내부와 여론은 싸늘하다. 사재출연 규모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들끓는 책임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라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여론과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16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특히 사회적 책임 일환으로 김병주 MBK 회장이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동시에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홈플러스 영업 정상화에 대한 의심이 확산하며 협력업체들은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채권자들 사이에선 최대주주가 자구 노력 없이 채무 탕감을 노리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비난이 확대됐다.

MBK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과 함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철차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임직원, 임차점포와 납품업체를 포함한 6000여개의 상거래처들이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강구해야 했고, 부도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MBK의 해명과 달리 금융권과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홈플러스 유동화증권(ABSTB)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인 신영증권은 MBK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은 MBK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직전까지 ABSTB를 발행,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세청도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론과 관련해 배임 행위 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정무위는 지난 11일 전체 회의를 열고 18일 열릴 긴급 현안 질의 증인으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을 채택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상하이·홍콩 출장을 이유로 현안 질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홈플러스 내부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홈플러스 노조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은 여론과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조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앞에 진정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하듯 출국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산으로 이런 발표를 부랴부랴 내놓은 건 아닌지, 고려아연 분쟁 등 이후 진행될 사업에 불똥이라도 튈까 봐 여론 달래기용으로 발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당장 18일 국회 출석을 요구받은 김 회장이 출석을 회피하고 선심 쓰는 듯한 발표를 한 것은 더욱 문제라고 설명한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자본 회수에만 매달려 (회사)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선제적 기업회생이라는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떠넘기는 '신개념 먹튀'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K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를 통해 채권자를 소상공인으로 볼 수 있는 금액 규모를 확인하고 정한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대주주가 투자 대상 기업에 사재를 출연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를 밝히지 않고 개인투자자 피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만큼 MMK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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