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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동대문 달리던 정종진, 韓경륜 새 역사! 역대 최단기 500승 달성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5-05-09 06:48


[경륜]동대문 달리던 정종진, 韓경륜 새 역사! 역대 최단기 500승 달…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생계를 위해 동대문 시장을 달리던 무명의 사이클 선수가 한국 경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정종진(20기, SS, 김포)이 사상 최단 기간 500승 달성 쾌거를 이뤘다. 정종진은 지난 3일 광명스피돔에서 펼쳐진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승리로 613경주 만에 500승(평균 승률 81.6%) 고지에 오르면서 한국 경륜 사상 최단 기간 500승 신기록을 쓰게 됐다. 홍석한(8기, A2, 인천)이 2016년 9월 2일 793경주째 만에 500승(평균 승률 63.1%)을 기록하며 갖고 있던 최단 기록을 180경주나 앞당겼다.

중학교 재학 중 교사 권유로 사이클과 연을 맺은 정종진은 서울체고를 졸업하고 실업팀 부산경륜공단과 상무를 거쳤다. 하지만 늘 2인자, 3인자 꼬리표를 달고 다녔고, 국가대표와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프로 경륜 선수를 꿈꾸며 18기 후보생 시험에 도전했으나 낙방하기도.

후보생 시험 낙방 이후 정종진은 2년 간 동대문시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운동을 병행했다. 20기로 경륜 훈련원에 입학한 정종진은 수석 졸업하면서 2013년 늦가을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정종진은 데뷔 후 세 번째 경주였던 2013년 11월 10일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고, 이듬해 특선급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런 성적과 수석 졸업생 타이틀에도 자신보다 졸업 순위가 낮은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경륜]동대문 달리던 정종진, 韓경륜 새 역사! 역대 최단기 500승 달…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정종진이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건 3년차였던 2015년부터. 입상 횟수가 점차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이사장배에서 생애 첫 대상경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랑프리 우승 경험이 있는 이명현(16기, S3, 북광주), 박병하(13기, A1, 창원상남), 이현구(16기, S1, 김해장유)를 비롯해 절정의 기량이었던 박용범(18기, S1, 김해B) 등 쟁쟁한 선배 선수들을 상대로 완벽한 젖히기를 선보이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을 계기로 강자 반열에 오른 정종진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랑프리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동시에 4년 연속 다승 1위에 올랐다. 상금 순위 1위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후 2022년 다시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그랑프리 5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만들어 냈고, 이듬해인 2023년에도 다승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단 기간 500승 달성에도 성공했다. 정종진은 이날 500승 달성 후 가족, 동료 선수,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기념패와 꽃다발을 받았다. 정종진은 "500승을 달성하게 되어 기쁘다. 하루하루 열심히 훈련하고 시합에 출전했을 뿐"이라며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륜]동대문 달리던 정종진, 韓경륜 새 역사! 역대 최단기 500승 달…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1987년생으로 올해 38세인 정종진은 불혹을 앞두고 있음에도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60승, 지난해에도 57승을 거두었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16년 59승, 2017년 63승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 없는 기록. 올해도 승률 89%, 연대율과 삼연대율은 100%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설경석 편집장은 "아마추어 시절 화려했던 선수들이 정작 프로 무대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 무명의 사이클 선수였던 정종진이 프로 무대에 진출해 10년 이상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비결은 특유의 성실함과 인내심 덕분"이라며 "정종진이 어디까지 경륜의 새 역사를 써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경륜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라고 평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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