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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인기 모델 G바겐을 시승했다. 현재 G바겐은 4세대 모델이다. 3세대와 외관상 큰차이가 없어 페이스리프트 정도로 보이지만 코드명이 바뀌며 4세대로 분류된다. 오늘 만난 모델은 그중에서도 전동화 모델인 G580 위드 EQ테크놀로지다.
G클래스는 오프로더아이콘이다. 벤츠 라인업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모델 시리즈 중 하나다. 1979년 1세대가 등장했고 현재 4세대에 이르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상당한데 세계 기준 판매량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79년부터 이어온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크게 바꾸지 않은 것이 한 몫 한다.
4세대로 모델이 바뀌고 심지어 전동화 모델이 나왔음에도 외관에서큰 차이가 없다. 또 하나의 정통오프로더 아이콘인 랜드로버 디펜더는 과거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했다.
차체도 바디 온 프레임 타입에서 유니바디로 바꾸고 기존과 완전히 다른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두 차량은 적어도 디자인에서 확실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G바겐이 선택한 것은 전통을 유지하는 방향이다.
보통 이렇게 디자인 명맥을 유지하는 차량들도 전동화, 즉 전기차 버전을 내놓을 때는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엎는 수준으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G580은 내연기관 G바겐과 크게 다르지 않다. G클래스는 변치 않는 디자인이 장점인 만큼 전기차도 예전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살렸다.
사다리꼴 프레임 위에 올라간 각진 차체 뿐 아니라 경첩 방식을 사용한 터프한 문짝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전기차 버전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는 블랙 장식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진 것이 살짝 다른 요소다. 그릴 서라운드 조명이 전면 디자인의 특징인데 국내에는 인증 문제로 이 부분이 빠졌다.
그래서 오히려 내연 차량과 더 차이가 없다. G바겐의 전통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동화 모델인 G580의 외관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사우스 씨 블루 마그노 색상만이 기존 G바겐과 조금 남다른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잘 보면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닛이 내연차량보다 살짝 높아졌고 더불어 새롭게 디자인된 A-필러, 지붕의 스포일러 립 등 공기 역학적으로도 최적화된디자인을 적용했다.
후륜 휠 아치에 에어 커튼이 적용된 점도 다르다. 이 역시 자연스럽게 공기가 흘러가도록 해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요소이다. 전기차는 공기 저항 계수가 중요하다 보니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변경 사항을 적용했다.
그런데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부분도 있다. 바로 후면에 적용된 디자인 박스다. 스페어타이어 커버 대신 디자인 박스가 적용됐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열리고 완속 충전 케이블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에디션이 아닌 일반 전기차 버전에선 스페어타이어 커버도 선택이 가능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전용 배선이 적용되기 때문에 다시 디자인 박스로 변경은 어렵다는 점이다.
크기의 경우 전장 4865mm, 전폭 1985mm, 전고 1990mm, 휠베이스 2890mm로 국내 중형 SUV 1위인 기아 쏘렌토와 크기가 비슷하다. 대신 전고가 1990mm 거의 2m에 육박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실제 사이즈 보다 훨씬 커 보인다.
공차중량 또한 상당하다. 3톤이 넘는다. 무려 3060kg의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전기차 전용 20인치 AMG10스포크 휠을 적용하고 있는데 공기저항을 고려해 스포크가 많이 막힌 형태이다.
실내에 탑승하면 그립감 좋은 스티어링 휠이 눈에 들어온다. 타공 가죽을 폭 넓게 적용했다. 쿠션감도 적당해 손에 쥐었을 때 그림감은 물론 감촉이 뛰어나다. 또한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터치 조작이 가능한 12.3인치 운전자 및 미디어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터치 대신 컨트롤러로 조정하던 예전 방식보다 한결 편리하다. 센터 콘솔 및 동승자석 콘솔 박스 손잡이에는 탄소 섬유 트림이 적용되는데 푸른빛이 돈다. 가죽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도 파란색 스티치로 마무리했다.
시트 조절부는 벤츠의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도어트림에 장착해조작성이 뛰어나다. 시동 버튼을 눌러 시승에 나섰다. 전기차답게 아주 조용하고 매끄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사다리형 프레임 구조는 그대로이고 전륜 서스펜션 구조도 기존과 동일한 더블 위시본 타입이다. 후륜 서스펜션만 전기차 전용인 드 디옹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그 이유는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해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은 118kwh로 CATL사의 배터리를 달았다.
타 전기차량 들과 차별점은 배터리 하부에 탄소 복합소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G바겐이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오프로드 주행 시 차량 하부가 충격을 받을 때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배터리 커버의 무게는 58kg으로 강철 대비 경량화 한 것도 특징이다.
G580의 또 하나의 특징은 쿼드 모터에 있다. 4개의 모터가 각 바퀴 가까이 위치해 개별 제어된다. 각각 146.75마력이다. 합산 출력 최대 587마력의 힘을 발휘한다.합산 토크 118.7kgf.m로 3톤이 넘는 무게지만 제로백은 4.8초를 기록한다.
승차감은 바디 온 프레임 타입이지만 전용 서스펜션의 세팅 덕분에 상당히 나긋나긋하다. 강인해 보이는 외관과 무거운 무게지만 몸놀림은 제법 날렵하다.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위치한 만큼 무게 중심이 낮아 약간의 롤링은 있지만 코너링 시에도 상당히 안정감 있게 돌아나간다.
가속 또한 부드러운 감각을 유지한다. 기존 G바겐의 터프하고 으르렁거리는 엔진 사운드 무거운 스티어링 휠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사뭇 달라진 감각에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한 감각이라기존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브 모드는 5가지다. 2가지는 오프로드 등 거친 노면에 쓰이는 모드다.주로 사용자 설정, 스포츠, 컴포트 모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컴포트 모드는 부드러운 가속감과 스티어링 휠 감각을 전해줘 말 그대로 편안한 장거리 주행에 어울린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액셀 반응이 한결 민첩해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기차의 날카로운 반응의 스포츠 모드와는 감각이 조금 다르다. 높은 차체에 어울리는 묵직한 감각이다. 운전 감각보다 큰 차이점은 사운드다. G580에는 V8 G500 엔진 사운드와 유사한 가상 엔진음을 낸다. 'G로어'라고 부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절제되지만, 스포츠 모드 시 강력하고 감성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물론 G63에서 느낀 리얼 사운드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강렬한 사운드를 느끼고 싶다면 G63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회생제동의 경우 크게 4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달린 패들 시프트로 조절하는데 왼쪽을 당기면 감속량이 올라간다. 오른쪽을 당기면 감속량이 줄어든다. 회생제동 없음, 일반, 감속량 많음, 회생제동 최대 순으로 조정된다.
2가지 특징이 있다. 회생제동 없음으로 했을 경우 타 전기차와 달리 진짜 내연차량의 감각을 보여주는 점이다. 타력 주행 느낌으로 차가 미끌어 지는 감각이 좋다. 전기차의 회생제동에 운전자나 동승자가 멀미를 느끼는 경우라면 G580은 그런 걱정이 없다.
또한 회생제동을 최대치로 했지만원페달 모드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벤츠를 비롯한 독일 차량들은 원페달 모드를 배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나, 기존 내연차량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브레이크는3톤이 넘는 무게를 깔끔하게 세워준다.브레이크 감각이 리니어 해서 밟는 만큼 제동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무거운 무게지만 믿음을 갖고 주행이 가능하다.
일부 전기차의 경우 회생제동 개입이 높아물리 브레이크의 용량을 축소해 회생제동을 최소 모드나 오프로 두면 물리 브레이크가 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G580은 회생제동을 오프로 해도 물리 브레이크가 강력해 제동에 신뢰도가 높았다.
ADAS 테스트를 위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G바겐은 ADAS기능에 인색한 편이었는데 이제 최신 기능이 모두 적용되었다. 앞 차량의 정지에 따른 감속이나 정차가 자연스러운 편이다.
G580은 오프로드 기능이 특화되어 있다. 지능형 오프로드 크롤 모드가 탑재되어 오프로드에서 자동으로 최대 속도 3, 5, 7, 9km/h로 제어해 편리한데 타스만의 X-TREK기능과 유사한 기능이다.
다만 전기차답게 회생제동을 주로 이용해 감속을 시키는 점이 다르다. G-턴, G-스티어링, 오프로드 크롤링 크루즈 컨트롤, 지능형 토크 벡터링 통한 디퍼렌셜 락 등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보통 일반적으로 전기차가 오프로드 주파 능력과 도강 능력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도강 능력은 내연기관 G바겐보다 150mm 높은 850mm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을 하지 않더라도 G580의 매력은 충분했다.
크고 각진 차체와 달리 무게 중심이 낮고 즉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풍부한 토크로 인해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가속이 가능하다. 승차감도 무척 부드러워 기존에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고 탔던 G바겐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G63의 강렬한 엔진 사운드와 거칠고 강력한 감각을 원한다면 G63이 최고의 선택이 되겠지만 G바겐의 스타일은 원하고 편한 운전 감각, 그리고 낮은 유지비를 원한다면 G580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줄 평
장 점 ㅡ G바겐이 이렇게 편할수가..전기차의 저렴한유지비는 덤
단 점 ㅡ G63의 강렬한 사운드와 감각은 대체할 수 없다.
송문철 에디터 mc.song@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