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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美 100대 영웅 선정…한국전쟁서 전우 지켜낸 제주마 레클리스 스토리

기사입력 2025-06-06 06:20


[경마]美 100대 영웅 선정…한국전쟁서 전우 지켜낸 제주마 레클리스 스…
◇사진출처=USMC History Division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의 어느 날, 군마가 필요했던 미군들이 찾아간 곳은 바로 신설동 경마장이었다. 115파운드(약 52㎏)가 넘는 무반동포와 개당 10㎏에 달하는 탄약을 전장으로 실어나를 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던 험준한 고지를 오가던 병사들을 대신해 탄약수송병 역할을 해 줄 말을 찾던 그들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아침해'였다. 젊은 마주인 김혁문과 기수 최창주가 아끼는 4살짜리 암말. 전쟁 발발로 제대로 된 경주 기회를 가져보지는 못했지만, 훈련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 등 남다른 영특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누이의 의족값이 필요했던 젊은 마주는 눈물을 훔치며 '아침해'를 미군에게 건네주었고, 그들은 아침해에게 '겁없는', '용감한' 이라는 뜻의 '레클리스(Reckless)'라는 새 이름을 붙여주었다.

작은 체구의 암말인 '레클리스'를 보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병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철조망 회피, 참호 피신 등 기초훈련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고 그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우려에서 기대로 바뀌어갔다. 다른 말들과 달리 포 사격시 발생하는 엄청난 폭음에도 처음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금세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도 병사가 처음에만 동행해 주면 알아서 찾아가는 등 담대함과 영특함을 동시에 지닌 보기 드문 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마의 특성대로 강인한 체력과 면역력까지 갖추었다. 군마로서 이보다 더 완벽한 말은 없었다.


[경마]美 100대 영웅 선정…한국전쟁서 전우 지켜낸 제주마 레클리스 스…
Camp Pendleton hosts a ceremony in honor of Staff Sgt. Reckless at the Pacific Views Event Center here, Oct. 26. Staff Sgt. Reckless was a Korean War era pack horse known for her heroics in the war that saved many Marines' lives.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마]美 100대 영웅 선정…한국전쟁서 전우 지켜낸 제주마 레클리스 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레클리스'의 가치는 1953년 3월 판문점 인근(현 연천군 매향리) 지역에서 전개되었던 네바다 전초 전투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늦은밤 중공군의 기습공격이 시작되었고 분당 500발의 포가 무수히 떨어지는 가운데 탄약보급병 역할을 하던 '레클리스' 또한 집중공격을 당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 내 병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하루 평균 51차례 포탄을 싣고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병사들도 있었지만 끝내 살아남아 돌아오는 '레클리스'의 모습은 생존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이를 계기로 '레클리스'는 전투 중 적의 공격에 의해 부상, 실종, 사망한 미군에게 수여되는 퍼플하트 훈장을 비롯해 미 대통령 표창, 미 국방부 종군 기장, 유엔 종군 기장 등을 수여받았다. 휴전협정 후 전쟁을 함께 이겨낸 전우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펜들턴 캠프에서 해병들과 함께 지내며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미국 국민들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았다. 미 해병은 레클리스의 용맹함을 높이 기리며 하사 계급을 수여했고 1959년 전역하기까지 동료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편안한 여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렛츠런파크 제주에 기념 동상을 건립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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