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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세대 활력 보고서] 범인 잡던 경찰이 불법 드론 감시단으로

기사입력 2025-07-20 08:42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지난 8일 제주시 용담레포츠공원 주변 해안도로에서 '공항 안전 불법 드론 감시단' 조상백(왼쪽)·이윤계 씨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20 dragon.me@yna.co.kr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지난 8일 제주시 용담레포츠공원에서 '공항 안전 불법 드론 감시단' 이윤계 씨가 드론 금지 구역을 알리는 홍보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다. 2025.7.20 dragon.me@yna.co.kr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지난 8일 제주시 용담레포츠공원 주변 해안도로에서 '공항 안전 불법 드론 감시단' 조상백·이윤계 씨가 드론 금지 구역을 홍보하고 있다. 2025.7.20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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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20대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86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알아요'를 외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 추던 엑스(X)세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넘쳐나는 활력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시니어가 된 세대, 연합뉴스는 86세대 중 처음으로 올해 노인연령(65세 이상)에 편입되는 1960년생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1975년생까지를 액티브한 시니어 세대, 즉 '액시세대'로 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액시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시세대의 고용, 소비, 여가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매주 일요일 소개합니다.]

"이곳은 드론 금지 구역입니다."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용담레포츠공원에서 만난 조상백·이윤계(61)씨는 도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드론 금지 구역을 알리는 홍보 팸플릿을 나눠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

공항안전 불법드론 감시단으로 제2의 인생 서막을 올린 이들은 뙤약볕 아래서 지칠 법도 하지만 힘든 기색 없이 용담레포츠공원부터 도두동 무지개해안도로 초입까지 9.3㎞나 되는 거리를 걸어가며 드론 금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조씨와 이씨는 30년 넘게 민중의 지팡이로 활약해 온 베테랑 경찰관 출신이다.

조씨는 33년 경찰 생활 대부분을 수사·형사 부서에 몸담았다.

특히 2018년 제주동부경찰서 주취폭력전담팀장을 맡을 당시 생활 주변 폭력배 특별단속 전국 최우수 7개 팀으로 선정되는 등 매년 전국에서 손꼽히는 성과를 내며 다른 경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씨는 1987년 '유니폼 입는 직업 중에는 경찰이 가장 좋다'는 주변 권유로 경찰이 된 후 서귀포경찰서 표선파출소장과 제주경찰서 조천파출소장 등을 지내며 일선에서 주민 치안을 책임졌다.

또 제주지역 3개 경찰서 중 유일하게 유치장을 운영 중인 제주동부경찰서의 유치관리팀장을 맡아 3개 경찰서 수감자를 통합 관리하기도 했다.

이미 인연이 깊었던 둘은 지난 6월 나란히 퇴직한 뒤 1년간 가족과 여행하고 헬스와 파크골프 등 여가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올해 신설된 '공항안전 불법드론 감시단'을 알게 됐다.

이씨는 "퇴직 후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디뎌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37년간 경찰 생활을 한 탓에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기 쉽지는 않았다"며 "불법 드론 감시단은 낯설지 않은 분야인 데다 전문 경력이 있는 인력을 뽑는다고 해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퇴직 후 사회와 단절될 수 없어 일거리를 찾다가 불법 드론 감시단을 알게 됐다"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봉사활동 개념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공항안전 불법드론 감시단'은 제주도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느영나영복지공동체가 추진하는 노인 역량을 활용한 공공안전 선도 모델이자 노인 일자리 특화사업 중 하나다.

제주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항공기 450편 이상이 뜨고 내리는 국내 대표 공항이지만 지난해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165건으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법 드론 위협에 노출돼 있다.

감시단은 관광객이 많이 찾고 개방된 공간이 많아 드론 탐지가 어려운 제주공항 주변 5개 지역(이호테우해수욕장·무지개해안도로·사수항·어영공원·용담 레포츠공원)에 배치돼 불법 드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퇴직 경찰관과 소방관 등 전문 경력이 있는 시니어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2인 1조가 돼 매일 3시간씩 교대로 활동하고 있다.

감시단은 불법 드론을 발견하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현장 사진을 등록하고 즉시 112에 신고한 뒤 출동한 경찰에게 드론의 정확한 위치와 이동 경로를 안내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은 "드론이 항공기와 충돌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아직까진 직접 드론을 날리는 도민이나 관광객을 보진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 관해 묻자 이씨는 "꼭 8시간 근무하는 새로운 직장을 갖는 것이 제2의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본인 적성에 맞고 보람찬 활동을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퇴직 직전에는 경찰과 연관된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니, 이제껏 안 해보고 못 해본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껏 하지 않았던 다른 일을 해보니 새로운 견문도 생기고 또 다른 취업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가능한 날까지 이렇게 사회와 계속 소통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55억원이 많은 739억원으로 확대해 1만5천722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12개 수행기관이 142개 사업을 운영하며 유형별 참여 인원은 공익활동 1만918명, 사회서비스형 3천692명, 시장형 802명, 취업 알선형 310명 등이다.

폐자원을 수거하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ESG 환경활동가',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는 '시니어 생명지킴이', 취약계층에 세탁 서비스와 도시락을 전하는 '꿈드림'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혜란 제주도 복지가족국장은 "앞으로도 시니어들이 다양한 일자리에 참여해 소득을 보충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사회적 관계망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일자리 개발 확대 등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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