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⑧ 압수수색영장도 판사 심문…수사 밀행성 담보방안은

기사입력 2025-10-14 08:20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원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속에도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25.9.16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특위 위원장을 맡은 백혜련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5.8.12 pdj6635@yna.co.kr
실체적 진실 발견·기본권 보장 차원…법원도 도입 필요성 공감

법무부 등은 "수사 지연·밀행성 훼손·사법 방해 가능성" 우려

전문가들 "심문 대상 수사기관 등으로 제한…세밀하게 설계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사법개혁 5대 의제 중 하나인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는 강제수사에서 기본권 보장과 수사기관의 실효적 수사 서로 맞부딪히는 쟁점 과제다.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란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 관련자를 불러 직접 대면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서류 심사만으로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로, 피의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압수수색영장 발부 과정에 대면 심리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개정안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심문기일을 정해 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한 수사기관을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원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서면심리만으로는 충분한 심리가 어렵다"며 "법관 대면 심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함께 달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심리 수단 확보를 통해 법관의 신중한 판단 여건도 조성할 수 있다"며 "신중한 수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사법학회가 지난해 펴낸 '강제수사 절차에서의 기본권 보장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법관 응답자 117명 중 65%가 도입에 찬성했다. 수사권 남용을 억제하고 보다 충실한 심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찬성 이유로 꼽혔다.

이창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인사위원도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에 관한 토론회'에서 "대면 심리를 통해 법관의 의문점을 즉각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신중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그 대상을 명확히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늘어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면 심리를 통해 압수 대상 범위를 특정하는 '선별 압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수사의 핵심 요소인 밀행성과 신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심문기일을 별도로 지정하고 사건관계인들이 법정에 출석하거나 출석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수사 상황이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여건이 조성돼 증거 인멸이나 사건관계인 회유·위해 등의 '사법 방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판사 재량에 따라 심문 대상 사건이 결정되면 형평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력 비리나 재벌 사건 등 특정 사건에만 사전심문제가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이나 참고인으로 한정하는 등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주민 의원의 개정안 역시 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한국형사법학회도 '강제수사 절차에서의 기본권 보장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수사기관이나 제보자에 대한 대면 심리는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대면 심리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피의자와 변호인의 참여까지 필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의 목적은 수사기관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독자적 수사내용을 비밀리에 확인하는 형식"이라며 "압수수색의 기습성·밀행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심문 대상을 직접 대상자가 아닌 수사기관 관계자 등으로 제한할 경우 도입할 만하다고 본다"며 "압수수색영장 청구량이 방대한 만큼, 심문이 필요한 건을 선별할 실효성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 청구 시 지체 없이 심문기일을 정하고, 가급적 심문 당일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거쳐 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과거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도 없었지만 필요성이 제기돼 제도화됐다"며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제도를 도입하되 법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수사의 밀행성과 긴급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앞서 수사기관이 '영장 발부 필요성에 관한 상세 설명서'를 의무 제출하게 하는 등 현행 제도를 먼저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백원기 인천대 교수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형사소송법은 '죄명과 범죄사실의 요지', '압수수색의 사유'를 기재할 것을 규정하지만, 실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서면은 생략된다"며 "이를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개정하면 판사는 이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juhong@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